김문기 상지대 총장(가운데)이 지난해 오후 강원도 원주 상지대 본관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문기 전 총장을 ‘위장 해임’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상지대 학교재단인 상지학원이 김 전 총장이 제기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답변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무변론 판결’을 이유로 패소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상지학원이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은 채 일체의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고 무변론으로 대응해 김 전 총장 복귀의 길을 터줬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진환)는 지난 5일 김 전 총장이 상지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해임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상지학원이 김씨에게 패소한 이유는 소송이 제기됐는데도 답변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피고가 쟁점을 다투는 답변서를 30일 이내 제출하지 않으면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다 인정하는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선고한다. 상지학원은 패소하게 되면서 소송 비용도 부담하게 됐다.
김 전 총장은 최근 상지학원을 상대로 “해임 처분의 사유로 제시된 계약직원 특별채용 부당과 교육용 기본재산 부당 관리, 학생 수업거부에 대한 수업관리 부당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 징계사유가 사실이더라도 징계양정이 과하다”며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부는 지난 23일 상지학원에 공문을 보내 소송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항소해 2심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상지학원은 교육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24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상지대비상대책위원회는 “상지학원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김씨가 자동적으로 승소했다. 이는 상지학원 이사회가 김씨를 위장해임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 소송과 관련해 이사회의 무대응은 이사 직무의 해태로 임원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2심에서는 교육부가 보조로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상지학원 쪽의 해명을 들으려고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상지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여 상지학원 쪽에 김 전 총장 해임을 요구했으나, 상지학원은 징계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채 이사회에서 해임을 의결해 상지대 구성원들로부터 “해임에 절차상 하자를 남겨 김씨가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한 위장 해임’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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