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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개방해 주민들에게 다가가니 살 길이 보이네요”

등록 2015-12-07 20:53수정 2015-12-09 14:14

남윤숙 대표
남윤숙 대표
일산 한양문고 남윤숙 대표…갤러리·세미나실·인문학 특강 등 무료 제공
경기도 고양시 일산 한양문고는 주엽점 안 130㎡ 크기의 ‘갤러리 한’을 지역 예술가들에게 전시·공연 장소로 무료 제공하고 있다. 또 주엽·마두점의 25~30석 규모 세미나실에서는 고양지역 학습공동체인 지혜공유협동조합의 강좌가 날마다 열리고 주부 책읽기 모임 등도 수시로 이뤄진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청년 인문학 특강’을 무료로 개설했다.

일산 한양문고 대표 남윤숙(48)씨는 “서점 운영이 점점 힘들어져 책을 매개로 주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어요. 당장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지역에서 번 이익을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양문고가 다양한 문화·학습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은 3년 전 운영난으로 서점 한 곳의 문을 닫은 것이 계기가 됐다. 20년 전통의 동네서점인 ‘원당서적’을 인수해 7년간 운영하던 남씨는 그때 커피숍으로 업종을 바꿨다. “어릴 적부터 다니던 서점인데 문을 닫으면 어디서 책을 사란 말이냐는 단골 고객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웠어요. 주민들이 서점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책만 팔 게 아니라 주민을 위해 뭔가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직원들과 의논한 끝에, 전철역 앞이라 접근성이 좋은 점을 살려 우선 지역의 공익적 단체에 자리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갤러리와 세미나실에는 카페나 도서관 등을 떠돌던 책읽기 모임들과 시민단체들이 둥지를 틀었다.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 등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다행히 지난해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재정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 10년 넘게 지속돼오던 매출 하락세가 멈추고 상승으로 돌아서자 문화 행사·기획을 전담하는 직원도 뽑고 월 40만원씩 강사료를 들여 청년 인문학 강좌도 개설했다. 덕분에 청년 10여명이 꾸준히 인문학 공부와 텃밭 농사를 배우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시작했다.

남씨는 형편껏 “가치있는 일”에 투자를 더 늘려갈 계획이다. “대학생 아들이 책을 잘 안 읽어 학원에 보낸다고 생각하고 인문학 특강을 시작했는데 의외로 호응이 좋네요. 내년부터는 서점에서 팟캐스트도 진행하려구요. 직원들이 방송에 참여해 책도 소개하고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도서정가제에 따라 ‘1인 서점’이 대부분인 고양지역 50여개 서점들은 올해 처음으로 시립도서관에 책을 납품하며 어렵게나마 생존할 수 있는 기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도서정가제 이후 오프라인 판매 강화에 나선 대형 서점들의 공세에 요즘 걱정이 크다. 국내 최대 규모인 교보문고가 내년 중으로 일산 백석동을 비롯해 전국에 여러개 분점을 낼 계획이고, 대형 온라인서점인 예스24도 오프라인 진출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두 딸과 함께 지역의 작은 서점을 찾아 책 아홉 권을 샀다는 뉴스를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지역서점에서 10달러어치 책을 사면 4.5달러가 지역을 위해 쓰이지만, 대형 서점 체인을 이용하면 지역에 남는 돈은 1.3달러,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미국의 연구결과가 있더군요. 지역서점을 이용해야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지역공동체가 살 수 있습니다.”

고양/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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