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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하구서 ‘겨울 손님’ 만나볼까

등록 2015-12-07 22:14

지난 3일 부산 강서구 명지동 명지철새탐조대 근처에서 멸종위기 1급 조류이자 천연기념물인 ‘황새’가 발견됐다. 사진 가운데 붉은 다리의 새가 황새이다. 
 김범수 부산환경운동연합 낙동강하구모임 회장 제공
지난 3일 부산 강서구 명지동 명지철새탐조대 근처에서 멸종위기 1급 조류이자 천연기념물인 ‘황새’가 발견됐다. 사진 가운데 붉은 다리의 새가 황새이다. 김범수 부산환경운동연합 낙동강하구모임 회장 제공
부산환경운동연합 ‘철새 탐방행사’
물수리-흰꼬리수리 영역 다툼 등
명지탐조대·아미산전망대서 관찰
“철새 점점 줄어 환경보호 필요”
지난 3일 오후 부산 강서구 명지동 남명초등학교 근처 명지철새탐조대 앞.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천연기념물 제179호)인 이곳 하늘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조류인 ‘물수리’와 멸종위기 1급 조류이자 천연기념물인 ‘흰꼬리수리’가 싸우고 있었다.

물수리가 자신보다 훨씬 덩치 큰 흰꼬리수리의 하늘길을 재빠르게 막아서며 한 치도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두 마리는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한동안 영역다툼을 벌이다, 결국 흰꼬리수리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서야 싸움을 끝냈다. 이들이 하늘에서 다투는 동안 낙동강하구 물 위에 앉아 있던 200여마리 철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하늘을 뒤덮었다. 맹금류들의 싸움을 피하려고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다급한 모습이었지만, 장관이었다.

김범수 부산환경운동연합 낙동강하구모임 회장은 “물수리가 이곳에서 먼저 터를 잡고 사냥하고 있었는데, 흰꼬리수리가 영역을 침범하자 다툰 듯하다. 하지만 이들은 어지간해서는 서로한테 상처를 입히진 않는다.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면 도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산하 ‘환경과 자치연구소’는 지난 3일 낙동강 하류에서 철새를 탐방하는 생태체험행사를 열었다. 출발점은 사하구 다대동 아미산전망대였다. 아미산전망대에서는 낙동강 하류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고니·오리류 등 겨울철새들이 낙동강하굿둑 아래로 뻗은 물줄기 군데군데 솟아올라 있는 땅인 ‘등’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아미산전망대 3층에 있는 망원경으로 낙동강하굿둑 바로 아래에 있는 맹금머리등, 백합등, 도요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맹금류가 주로 살고 있다고 해서 이름 붙인 맹금머리등은 아미산전망대에서 북서쪽으로 2.8㎞가량 떨어져 있어 새의 형태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었다. 백합조개가 많이 난다는 뜻의 백합등과 도요새가 많이 보인다는 도요등에서는 민물가마우지와 큰고니 등 여러 종류의 겨울철새 수백마리가 떼지어 있었다.

이날 생태체험행사에 참가한 최아무개(49)씨는 “철새탐방은 처음인데, 낙동강 하류에 이렇게 많은 철새가 있는 줄 몰랐다. 다음엔 아이들을 데려와 낙동강 하류의 철새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미산전망대에서 을숙도 쪽으로 차를 타고 5분가량 달려 맹금머리등과 직선으로 800여m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물체를 60배율까지 확대할 수 있는 망원경을 설치해 맹금머리등 쪽을 관찰했다. 너른 땅에 혼자 앉아 있는 커다란 새가 보였다. 부리는 노란색이었다. 날갯죽지에는 하얀색 줄무늬가 선명하게 보였다. 위엄마저 느껴지는 그 새는 멸종위기 1급의 참수리였다.

김 회장은 “러시아 사할린섬 등에 살고 있는 참수리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번식지가 발견되지 않았고, 겨울에만 눈에 띈다. 몸길이는 90㎝ 남짓인데, 날개를 펴면 200㎝를 훌쩍 넘는다. 무리를 짓기도 하지만, 대부분 혼자서 머무는 겨울철새”라고 말했다.

낙동강 하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천연기념물인 큰고니를 찾아 명지철새탐조대로 자리를 옮겼다. 큰고니는 10월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로 온 뒤 다음해 2월 다시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대표적 겨울철새다.

김 회장이 갑자기 망원렌즈를 단 카메라로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낙동강 하류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멸종위기 1급 조류이자 천연기념물인 ‘황새’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예부터 길조로 여겨진 황새는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흔한 텃새였는데, 밀렵 등으로 현재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한 쌍이 발견됐지만, 수컷이 밀렵꾼에 희생되고 1994년 암컷마저 죽어 우리나라에선 멸종됐다. 우리나라에서 관측되는 황새들은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종류다.

김 회장은 “낙동강 하류를 찾는 철새들의 종과 수가 줄어들고 있다. 큰고니는 10여년 전에는 2000여마리 관측됐는데, 최근엔 200여마리에 불과하다. 명지신도시 등 개발 바람에 휘말려 낙동강 하류 생태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복원이 어렵다면, 최소한 현재 생태환경이 유지될 수 있도록 부산시 등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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