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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통폐합 위기 작은 학교들의 희망…원주 만종초의 기적을 보라

등록 2015-12-08 21:18

7일 오후 3시 강원 강릉 도교육연수원 강당엔 적막이 흘렀다. 검은 막이 걷히자 ‘밀양아리랑’ ‘산도깨비’ ‘방황’ ‘축제’ 등 귀에 익은 선율이 가슴을 타고 흘렀다. 연주는 객석에 자리한 강원지역 초·중학교 교장과 교사, 장학사 등 관객 340여명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무대의 주인공은 강원 원주 만종초등학교 학생 45명이 꾸린 ‘만종국악오케스트라’다. 전교생 84명의 작은 학교라곤 믿기지 않을 솜씨에 박수·환호가 이어졌다. 연주를 마친 김동욱(13·6학년)군은 “만종초같이 작은 학교가 강원도를 대표해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우쭐해했다.

2013년 신입생 달랑 3명이었지만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 참여
국악오케스트라·검도·피아노 무료
이색수업 소문타고 전입 늘어
2년새 학생 2배…올해 신입생 17명

강원교육청, 통폐합정책에 맞서
내년 300억규모 ‘발전재단’ 꿈

만종초는 원주시 호저면의 전형적인 농촌학교다. 1969년 전교생이 139명이었지만 2011년 57명, 2012년 50명, 2013년 44명까지 줄었다. 정부의 통폐합 기준인 60명에도 미치지 못해 학교가 없어질 때만을 손 놓고 기다려야 했다.

‘시한부 인생’을 살던 만종초는 2013년 강원도교육청이 벌인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에 참여한 뒤 생기를 얻었다. 이 사업은 전교생 60명 이하인 작은 학교에 예체능과 외국어 등 지역 특화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한다.

사업 본보기 학교인 만종초의 3~6학년들은 국악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전교생은 일주일에 6시간씩 검도를 배운다. 전교생이 스마트패드로 수업을 하고, 피아노와 영어동화, 로봇과학 등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도 모두 무료다.

만종초의 이색 수업 소문은 이웃 학생과 학부모를 움직였다. 6학년 김동욱군도 지난해 전학을 왔다. 2013년 44명이던 학생은 2014년 61명, 2015년 84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2013년 달랑 3명이던 새내기도 올해와 지난해엔 17명씩 들어왔다. 김동익 만종초 교감은 “폐교 위기의 작은학교가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의 새로운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이 통폐합 위기에 내몰린 소규모 학교의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원에서 학생 60명 이하인 학교는 209곳으로 전체(494곳)의 42.3%에 이른다. 강원도교육청은 이 가운데 만종초처럼 68개 학교를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 본보기 학교로 선정·관리하고 있다. 본보기 학교로 선정되면 각 지역교육지원청이 현장 지원 컨설팅을 하고, 교사들의 연구활동 등도 지원한다.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무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학교당 1100만~2500만원의 운영비도 지원한다.

강원도와 18개 시·군 등 지자체도 돕는다. 2013년 5월 제정한 ‘강원도 작은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학생 통학차량 지원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 본보기 학교로 선정된 학교의 학생수는 3년 전보다 189명 늘었다. 같은 기간 강원도내 학생수가 4788명이나 줄어든 것에 견주면 놀랄 만한 성과다. 2014년에는 ‘행복교육 정부 3.0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이 금상을 수상하는 등 강원도뿐 아니라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에 맞서 300억원 규모의 ‘작은학교 발전 재단’을 설립해 줄어들 정부지원금에 대비하고 꾸준히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을 편다는 구상이다. 내년 상반기께 재단 설립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 하반기에는 재단을 설립할 참이다.

김미식 강원도교육청 책임교육과 장학사는 “학교는 지역공동체의 씨앗이다.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공동체도 붕괴하고 인구도 급감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정부는 효율화를 명분으로 작은학교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지만, 도교육청은 작은학교 활성화를 통해 지역공동체 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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