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결백” 진술…가족들 “항소”
재판부, 배심원 판결대로 선고
재판부, 배심원 판결대로 선고
“(진짜) 범인이 잡히지 못하니까 내가 이렇게 고생하고 살았다. 내가 우리 친구들 죽으라고, 나이 많은 할매가 약을 갖다 넣어요? 억울해서 살이 벌벌 떨려요.”
지난 11일 오후 5시46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아무개(82)씨는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록색 수의를 입은 그는 4분 동안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한 뒤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법정을 나갔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은 바로 평의실에 들어가 토론을 벌였다.
이날 밤 10시52분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봉기)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옷과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21곳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피해자들의 입에서 나온 거품을 닦아주며 메소밀이 묻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수긍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자는 것으로 알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해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휴대전화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은 119가 출동할 때까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일관성 없는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여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박씨에게 검찰이 구형한 것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배심원 7명 모두 박씨가 유죄라고 판단했고, 무기징역이 적당한 형량이라는 의견을 냈다.
피고인 박씨는 지금까지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를 꺼낸 것은 민아무개(83)씨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메소밀이 든 사이다를 마시고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한 민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내가 사이다를 꺼내 오지 않았다”고 했다. 또 마을 이장 황아무개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내가 두 손으로 마을회관 현관문을 열자 박씨(피고인)가 손잡이를 잡고 있었는지 딸려 나왔고, 들어가 보니 할머니 5명이 입에 거품을 많이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박씨가 신고를 안 하고 그냥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배심원단은 피고인 박씨의 집에서 메소밀 병과 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박카스 병이 발견된 것과 박씨의 옷과 지팡이, 전동휠체어 등 21곳에서 메소밀이 검출된 것 등을 박씨의 혐의에 대한 유력한 증거로 인정했다. 또 피해 할머니와 동네 주민 등이 법정에 나와 한 증언 상당수가 박씨의 진술과 배치되자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밤 11시7분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방청석에 있던 피고인 박씨의 가족들은 “말도 안 된다”, “상식이 없다”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피고인의 가족들은 이날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가 없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