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축제는 추워야 제맛인데…. 강물이 얼 조짐조차 없어 걱정이네요.”
겨울축제의 본 고장 강원도가 비상이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비까지 내리면서 겨울철 최대 대목인 축제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마다 강원도 겨울축제의 첫 시작을 알린 평창송어축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18일 개막 예정인 평창송어축제는 당분간 얼음낚시터 이용을 금지한다고 15일 밝혔다. 포근한 날씨 탓에 오대천이 얼지 않자 울며 겨자먹기로 송어축제의 백미인 얼음낚시를 포기한 채 축제를 시작하는 것이다.
박용만 평창송어축제위원회 사무국장은 “예전 이맘 때면 강물이 20~30㎝ 정도 얼어 얼음낚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올해는 전혀 얼지 않아 당혹스럽다. 얼음낚시를 뺀 눈썰매와 얼음카트 등 다른 체험행사 위주로 우선 축제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첫 선을 보이려던 ‘평창알펜시아 하얼빈 빙설대세계’도 30일로 일주일 연기됐다. 이 행사는 세계 3대 겨울 축제 가운데 하나인 중국 ‘하얼빈 빙등제’를 본따 2018평창겨울올림픽 주무대인 평창 알펜시아 6만6115㎡의 터에 수원화성, 천안문, 타지마할, 콜로세움 등 세계 유명 건축물을 포함한 50여개의 눈과 얼음 구조물 선보일 참이었다.
내달 8일 예정된 대관령눈꽃축제도 행사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 이기언 평창군청 관광올림픽계 주무관은 “예년 같으면 눈 조각을 만들기 위한 제설 작업에 한창일텐데 전혀 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만든 눈도 포근한 날씨와 비 때문에 녹는 실정이다. 주민들과 만나 축제 연기 등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날씨 탓에 농민 등도 타격을 입고 있다. 강원도 최대 시래기 생산지인 양구 최북단 해안면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시래기 건조를 시작했지만 날씨 탓에 울상이다. 시래기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건조돼야 맛과 품질이 뛰어난데 올해는 밤 사이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대관령의 장관인 눈쌓인 황태 덕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예년 같으면 황태 덕장에 명태를 거는 작업이 한창일텐데 올해는 덕장마다 텅텅 비어있다.
신형근 양구 해안면 현3리 이장은 “예년 같으면 12월 초부터 시래기가 본격 출하돼야 하는데 늦어지고 있다. 또 시래기는 마르면서 푸른 빛을 띄어야 하는데 누렇게 변해 상품성도 떨어지고 있다. 농민들로선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평창/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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