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게임인재 양성 특성화고
교사들, 도교육청에 교장비리 진정
학교PC 없어 학생이 노트북 사서 써
교장이 급식비 빼돌리다 들키기도
학부모·졸업생들도 16일 항의 회견
교사들, 도교육청에 교장비리 진정
학교PC 없어 학생이 노트북 사서 써
교장이 급식비 빼돌리다 들키기도
학부모·졸업생들도 16일 항의 회견
“수업료가 1명당 월 100만원이 넘는 컴퓨터 관련 학교인데도 학생을 위한 컴퓨터가 한 대도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전북 완주 한국게임과학고 교사들은 최근 전북도교육청에 낸 진정서를 통해 “10년 넘게 재직한 정아무개(58) 현 교장이 개교 이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학교를 이용했다. 제자를 보기가 부끄럽다”고 밝혔다.
자율형 특성화고인 이 학교는 게임 인재 양성을 목표로 2004년 3월 문을 열었다. 정 교장은 초대부터 지금까지 교장을 지냈다. 교사들은 “12년 동안 학생을 위한 투자는 전혀 없었고, 이사장·이사회도 허울에 불과했으며, 모든 업무는 교장 독단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정 교장은 2008년부터 최근까지 부인 등을 학교 직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인건비 명목으로 4억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지난달 경찰에 구속됐다.
288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의 수업료는 특기적성비·기숙사비·급식비 등을 포함해 월 108만원이다. 교사들은 “그러나 컴퓨터를 기반으로 수업이 이뤄지는데도 학교에 컴퓨터실 자체가 없고, 학생용 컴퓨터가 전혀 없어 학생들이 개인 노트북을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도서실도 겨우 열명 남짓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비좁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몇년간 도서구입비를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숙사 침대 매트리스를 10년에 겨우 한 번 교체했을 정도”라고 폭로했다. 그뿐만 아니라 “급식 비리가 만연해 전직 영양사들이 상한 식재료가 자주 납품돼 문제를 삼았지만 번번이 묵살됐고, 교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건축비로 급식비를 전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교장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능한 이사회가 퇴진해 정상적인 이사회 구성으로 교육환경 개선을 바란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학교는 개인이 설립했어도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고, 교육은 부를 축적하는 도구로 사용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와 졸업생들은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연다.
하지만 한국게임과학고 교감은 “컴퓨터가 원래 구비돼 있었지만 내구연한(5년 안팎)이 지나 없어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게임개발 프로젝트를 하는 교육 특성상 연구비밀을 보호해야 하고, 수시로 컴퓨터를 써야 하기 때문에 개인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이다. 스마트 창작터라는 곳에 30여대의 컴퓨터가 있지만, 앱창작 수업 관련 학생만 한정해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학사 쪽 운영만 관여해 급식 등의 문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자율형 사립고이기 때문에 재정적 지원이 많지 않아 지도·감독에 어려움이 있다. 개교 이래 민원이 많은 학교였다. 2011년 감사 때 급식비 횡령 등을 지적해 교장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교육청 감사는 일단 유보하고, 교무 분야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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