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관련 주민발의 조례안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됐다.
대전 유성구의회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하경옥 의원(신성·전민, 새정치민주연합)이 수정 발의한 ‘유성 민간원자력환경안전감시기구 조례 수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조례 수정안은 국가사무와 관련한 부분을 삭제해 위법 논란을 피했으며, 노승연 유성구의회 의장(노은1·2, 새정치민주연합)이 직권 상정했다. 이 조례 수정안이 구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유성구민들은 구청장이 위원장을 맡는 자치단체 차원의 원자력 감시기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유성 민간원자력환경안전감기구 조례제정청구운동본부(조례운동본부)는 환영 성명을 내어 “원자력 시설이 밀집된 유성구에서 원자력 환경 개선에 구민이 직접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국가사무에 해당돼 원자력환경 감시 활동에 미진한 부분은 원자력안전법 개정 활동을 통해 민간이 원자력환경안전 감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우 조례운동본부 상임위원은 “원자력 시설 안을 민간이 직접 점검·감시하는 내용이 국가사무에 해당돼 삭제돼 아쉽지만 지역민이 참여하는 자치단체 차원의 원자력 감시기구를 운영하는 근거를 마련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조례안은 유성지역에 실험용 원자로와 연료봉 생산시설 등 원자력 시설이 밀집해 있고 2011년에는 방사능 누출로 백색경보가 발령됐고, 지난해에는 하나로 원자로가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해 가동이 중단되는 등 수시로 사고가 발생하는데도 구민들에게 안전과 관련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자 유성구민들이 청구해 발의한 조례다. 조례안은 지난 4~7월 사이 1만여명의 유성구민들이 서명해 유성구에 제출됐으며 유성구는 이를 구의회에 상정했으나 지난 14일 상임위원회인 유성구의회 사회도시위원회가 ‘원자력 시설에 대한 감시 내용이 국가 사무 관련 업무를 포함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리할 수 없다’며 부결시켜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등 곡절을 겪었다.
한편, 대전시와 조례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유성지역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1만9832 드럼, 한전원자력연료에 7073드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3193 드럼 등 모두 3만98드럼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보관돼 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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