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군 대변항 근처에 있는 해수담수화 시설. 사진 부산시 제공
고리원전 근처 바닷물 정수해 공급
주민들 “방사능 오염우려” 반대
군의회, 찬반 주민투표 결의안 채택
시 “투표 반대”…환경단체 “사업 재검토”
주민들 “방사능 오염우려” 반대
군의회, 찬반 주민투표 결의안 채택
시 “투표 반대”…환경단체 “사업 재검토”
부산시가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근처 바닷물을 정수해 수돗물로 공급하려는 것에 대해, 수돗물 공급 대상 지역 주민 10명 중 6명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21일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대상 지역인 부산 기장군 기장·장안·일광 등 3개 읍·면과 해운대구 송정동 주민 2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8%(163명)가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과자치연구소가 울산사회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2~14일 직접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는 응답자 163명 가운데 116명(71.2%)은 반대 이유로 ‘방사능 오염 우려’를 꼽았다. 27명(16.6%)은 ‘우리 지역만 실험 대상이 된 것 같아서’, 9명은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69명(25.7%)으로 조사됐다. 찬성 이유는 ‘약간 꺼림칙해도 시 행정에 협조하기 위해’가 27명(39.1%)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하기 때문에’(26명·37.7%), ‘현재보다 더 좋은 물 공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12명·17.4%) 차례로 나타났다.
앞서 기장군의회는 지난 18일 임시회에서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여부 주민투표 실시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주민투표법에는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는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이를 개정해서라도 부산시 사무인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해수담수화 사업이 시 사무이기 때문에 주민투표 사안에 해당하지 않고, 해수담수화 시설로 사용되는 바닷물도 방사능 오염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토론회 등 합리적 방법과 절차를 통해 주민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사업에 대해 많은 기장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부산시는 여전히 일부 주민들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 의견수렴 과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방사능 오염 등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013년 1954억원을 들여 기장군 기장읍 대변항 근처 봉대산 자락 바닷가 4만5845㎡에 하루 4만5000t의 수돗물을 생산할 수 있는 역삼투막식 해수 담수화 시설을 완공했다. 이 시설은 근처 10~15m 수심의 바닷물을 해조류와 염분을 걸러낸 뒤 무기질 성분을 넣어 수돗물을 만든다. 고리원전은 이 시설로부터 11㎞가량 떨어져 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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