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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우리가 만든 ‘산복도로 가이드’ 어때요”

등록 2016-01-07 20:58

지난해 10월 부산 영남중학교 독서동아리 ‘영마루 싱크 카페’ 회원들과 이해교 지도교사가 산복도로를 둘러보던 도중 닥나무가 많이 나는 닥밭골 행복마을 계단에서 잠시 쉬고 있다. 이해교 교사 제공
지난해 10월 부산 영남중학교 독서동아리 ‘영마루 싱크 카페’ 회원들과 이해교 지도교사가 산복도로를 둘러보던 도중 닥나무가 많이 나는 닥밭골 행복마을 계단에서 잠시 쉬고 있다. 이해교 교사 제공
부산 영남중 동아리 ‘싱크카페’ 회원
지난해 4월부터 7개월 발품 팔아
1~3코스 여행정보·안내도 등 담아
2·3코스는 직접 개발…맛집 시식도
7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7층 시장 접견실에 앳된 얼굴의 중학생 8명이 찾아왔다. 학생들은 부산 산복도로 여행안내 책자 700권을 서병수 부산시장한테 건넸다. 서 시장은 “금수현 음악살롱의 금수현씨가 금난새 지휘자의 부친인데, 금난새 지휘자에게 부산을 방문해 달라고 편지를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한 학생은 “제가 써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산시청을 방문한 학생들은 부산 사하구 장림동 영남중학교 독서동아리 ‘영마루 싱크 카페’ 회원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직접 산복도로 현장을 둘러보고 ‘산복도로 투어가이드’란 제목의 책자를 만들었다.

산복도로 여행안내 책자 발간은 독서동아리 지도교사인 이해교씨가 학생들한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국토교육동아리 지원사업에 응모해 책자 발간비와 활동비 200만원을 확보했다.

그다음부터는 학생들이 스스로 했다. 동아리 회원 15명은 기획회의를 하고, 산복도로 관련 서적을 찾고, 토요일과 동아리 활동 시간에 산복도로 코스를 여러 차례 둘러봤다. 발간할 책 종류를 결정하기 위해 여행박람회와 서점을 찾아가 팸플릿과 책 표지 사진을 찍어서 비교했다. 각자 조사한 자료는 보고서를 만들고 파워포인트로 발표하며 공유했다. 책에 실릴 내용과 문장을 다듬고 사진도 확보해 출판사에 보냈다.

마침내 일곱달 만에 산복도로 여행안내 책자가 나왔다.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16쪽이다. 학생들은 1쪽에 산복도로는 ‘산의 중턱을 지나는 도로’이며 ‘부산의 산복도로는 원도심과 개항기부터 시작된 이방인이 모여든 부산의 특성을 반영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2~3쪽엔 산복도로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3개 코스가 지도와 함께 소개됐다. 1코스는 비교적 많이 알려진 부산역 건너편 초량동 ‘이바구길’이다. 부산역~옛 백제병원~168계단~김민부전망대~유치환우체통을 거쳐 까꼬막전망대에 도착한다. 2코스는 40계단~동광동 인쇄거리~금수현 음악살롱~부산근대역사관~용두산공원을 거쳐 광복로에 도착한다. 3코스는 자갈치시장~부평동 깡통시장~보수동 책방골목~민주공원~닥밭골 행복마을을 거쳐 국제시장에 도착한다.

학생들은 탐방지의 역사와 유래를 소개하면서, 방문시간이 정해져 있는 문화관과 기념관 등의 운영시간·휴관일과 전화번호를 적어 방문객들이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대표 축제가 열리는 시기·장소와 누리집 주소를 표기하고 대표 체험프로그램도 소개했다.

1~3코스의 주변 맛집은 학생들이 모둠별로 직접 먹어보고, 식당 주인을 인터뷰하고, 고객들의 이용 후기까지 참조해서 선정했다. 식당별 주요 메뉴와 가격, 연락처를 넣고 대표 음식을 직접 찍은 사진을 넣어 눈길이 가도록 했다.

책자엔 산복도로 여행 때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과 가격, 연락처도 있다. 1~3코스의 출발지점, 가까운 지하철역, 산복도로 전문 여행버스 일정·출발시간·출발장소, 자전거를 이용한 여행 안내도 실려 있다. 일반 버스를 타고 1~3코스를 둘러보는 방법도 소개했다.

학생들은 산복도로 여행안내 책자를 만들면서 스스로 변했다고 고백한다. 2학년 정현우군은 “산복도로가 부산의 명물이고 역사가 깃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이런 활동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1학년 김동현군은 “내가 처음으로 만든 책이 나왔을 때 신기하고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앞으로 책에 대해 관심이 많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산복도로와 주변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부산시는 학생들이 만든 책을 산복도로 안내소 등에 놓아두고 관광객들한테 나눠줄 예정이다. 학생들이 새로 개발한 2코스와 3코스를 산복도로 여행의 새로운 코스로 소개할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해교 교사는 “생각하는 힘이 커지고 적극적으로 변하는 아이들을 지켜본 7개월이 너무 행복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책자를 직접 기부하면서 나눔의 의미와 기쁨까지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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