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어 다시 1억1700만원 짜
정부·유엔 무반응 시만 홀로 추진
전문가 “기초단체 단독으론 무리”
정부·유엔 무반응 시만 홀로 추진
전문가 “기초단체 단독으론 무리”
경기도 고양시와 고양시의회가 유엔 제5사무국 유치를 위해 2년 연속 예산을 편성하고, 지원조례까지 제정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활동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커녕 외교부도 반응하지 않은 일에 또 억 단위 혈세를 쓰겠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유엔 사무국 유치활동을 위해 국외 세미나와 사무실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올해 1억17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7일 밝혔다. 애초 2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의회 심의과정에서 삭감됐다. 시는 유엔 사무국 유치활동 지원을 위해 30명 이내 위원을 두는 ‘고양시 제5유엔사무국 유치활동 지원협의회’와 티에프팀을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10월 우영택 의원(새누리당) 대표발의로 ‘고양시 제5유엔사무국 유치활동 지원협의회 설치·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고양시는 지난해에도 이 사업에 1억여원을 썼다. 하반기 추경예산으로 사업비를 마련하자마자 12월 국제세미나를 열고, 대표단을 꾸려 유엔 사무국이 있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벤치마킹 목적으로 다녀왔다.
전문가와 시민들은 유엔이나 중앙정부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고양시가 유치활동에 열을 올리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고양시는 실효성이 부족한 사업이란 지난 비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는 “한마디로 황당무계하다. 유엔 사무국 유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결단할 사안이지 기초단체가 설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지정학적으로도 아시아에 필요하다면 중립국가에 만들지 남북한이 대치하고 군사동맹으로 둘러싸인 곳에 들어서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교부가 가만있는데 기초지자체가 단독으로 유치활동에 나서는 건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다. 법규상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항의 처리를 위임받은 기초지자체의 고유업무와도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민은 “쓸데없는 일로 예산을 낭비하고 시민의 눈을 흐리게 한 데 대해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고양시 관계자는 “민간 쪽 움직임에 시가 손놓고 있을 수 없어 나섰다. 외교부에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양시와 고양지역 몇몇 정치인·종교인들은 지난해 9월 ‘유엔 제5사무국 유치를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결성한 바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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