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스미싱
“카드가 분실돼 예금이 위험하니 현금으로 찾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세요.”
지난달 4일 아침 9시10분께 대구 남구 이천동 ㅇ아파트에 사는 할머니 김아무개(81)씨에게 이런 전화가 걸려왔다.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는 사람은 그러면서“수사관이 갈 테니 집 주소와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은행으로 가 통장에 들어 있던 8000만원을 현금으로 찾아 김치냉장고에 넣어뒀다. 곧 다시 전화가 걸려와 “관련 서류를 전해 줄 테니 잠시 아파트 옆으로 나오라”고 했다.
아파트 옆에 나가 기다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할머니는 이상한 생각에 집에 돌아와 김치냉장고를 다시 열었다. 8000만원은 사라졌다. ‘냉장고 보이스피싱’이라는 새로운 전화사기 수법이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할머니가 집을 나온 사이 돈을 훔친 혐의(절도)로 김아무개(35)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속인 김아무개(36)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 요녕성 심양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족 여성을 쫓고 있다. 김선희 수사과장은 “금융감독원이나 경찰, 검찰이라며 걸려온 전화는 일단 보이스피싱이라고 의심해야 한다. 은행에서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많은 돈을 찾으면 112에 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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