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 동이리 주상절리 일대 임진강변에 민간업자가 송어 얼음낚시터와 썰매장을 조성하느라 강변을 파헤치고 주상절리 석벽을 얼려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지질공원 지정 임진강변 인근
연천군이 민간업체에 점용허가 줘
인공빙벽 만들고 대형얼음 낚시터
차량 통제구역엔 임시주차장까지
“이러려고 국가지질유산 지정했나”
주민·환경단체 ‘환경파괴’ 비판
연천군이 민간업체에 점용허가 줘
인공빙벽 만들고 대형얼음 낚시터
차량 통제구역엔 임시주차장까지
“이러려고 국가지질유산 지정했나”
주민·환경단체 ‘환경파괴’ 비판
경기도 연천군 ‘송어낚시축제’를 위해 민간업자가 국가지질공원인 임진강변 주변에 물을 뿌려 인공빙벽을 만들고 대규모 얼음낚시터를 조성하려고 강바닥까지 파헤쳐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승인한 연천군은 향후 연례 축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주상절리, 임진강과 한탄강변의 주상절리와 협곡 등은 지난해말 환경부로부터 국내 7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한겨레> 1월5일치 16면) 국가지질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을 보전하고 교육·관광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 환경부가 인증하는 공원이다.
지난 25일 동이리 ‘임진강 원시인 송어축제’ 현장에 가보니, 국가지질공원 간판이 새로 붙은 임진강둑 안에 강물을 막아 동시에 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얼음낚시터 4곳과 전동바이크 등을 탈 수 있는 썰매장 1곳이 설치되어 있었다. 주최 쪽이 돌담으로 가로막은 물길은 강 건너편 주상절리 석벽에 닿을 듯 좁혀져 있었고, 높이 60~70m의 주상절리 현무암 절벽 아래쪽으론 물을 뿌려 길이 100m가량의 인공빙벽을 조성했다. 개장 초기 빙벽에 야간 조명까지 설치했지만 밤에 손님이 없자 중단했다.
평상시 차량출입이 통제되는 임진강 둔치 행사장에는 자동차 2000여대를 동시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에 각종 음식점과 포장마차, 매점, 관리사무소까지 강변 가득 들어섰다.
동이리 주상절리는 10만~27만년 전 한탄강을 흘러온 용암이 임진강을 만나 역류해 생성된 것으로, 길이가 100m가 넘는다. 경관이 뛰어나고 지질학적 가치가 높아 국가지질공원에 앞서 지난해 9월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1등급 지질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임진강 일대는 연천군이 민간업자에게 축제기간 동안 하천 일시 점용허가를 내줘 축제행사장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지난 7일 개장한 임진강송어축제는 다음달 10일 끝난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연천지역 주민들은 애써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까지 받은 역사문화자원을 연천군이 훼손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빙벽이 녹을 때 주상절리 기둥이 파괴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연천지역 환경운동가인 이석우씨는 “주상절리를 얼리고 강바닥을 파헤쳐 엉뚱하게도 송어축제를 열다니 황당하다. 주상절리 6각기둥에 물을 부어 겨우내 얼었다가 봄철에 녹으면 무너져내릴 수도 있다”며 “축제를 하더라도 지역 특성과 어울리고 지속 가능한 축제를 해야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이벤트성 축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광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대표는 “동이리 강변은 한탄강과 임진강 합수지점으로 자갈 모래사장이 펼쳐져 매우 아름다운 청정지역인데 하천 비점오염원 유입과 생태계 변화 등이 걱정스럽다. 자연이 망가진 뒤 지질공원 홍보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주민 이아무개(50)씨는 “현무암 절벽도 강의 침식작용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사실상 동일 구역”이라며 “이런 걸 하라고 정부가 국가지질유산으로 지정했냐”고 말했다.
연천군은 느긋한 표정이다. 연천군 한 실무 관계자는 “군과 국가지질공원을 홍보하는 관광상품으로 관광객들이 마을을 찾게 되면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일대는 원래 골재채취 허가도 나가던 곳이라 원상복구를 하면 환경 훼손 문제는 없으며, 강 건너편 주상절리 빙벽도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만 얼려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 관계자는 “군에서 정식허가를 받고 수시로 나와 점검을 받는 등 절차상 문제가 없다. 자연친화적으로 하기 위해 물을 인위적으로 막거나 골재를 밖으로 채취하지 않아 행사 뒤 원상복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천군은 사업자로부터 축제 뒤 원상복구 예치금으로 1370만원을 받았을 뿐, 별다른 조건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천지역 주상절리 현무암은 2013~2015년 25t 트럭 180대 분량이 불법 반출돼 조경용 석재로 팔려나가는 시련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연천군 공무원이 신고를 받고도 눈감아주다 적발되기도 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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