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의식 불명 상태에 빠뜨렸다가 치료 중 숨지게 한 집주인에게 항소심 법원도 ‘방위행위로서 한도를 넘어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춘천 형사1부(재판장 심준보)는 29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집주인 ㄱ(22)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려면 ‘상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방어가 아닌 공격을 위한 행위나 사회통념상 방위행위로서 한도를 넘은 것이 분명한 행위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 또 방어 의사를 현저히 초월해 공격 의사가 압도적이고, 그 결과나 과정 등을 보았을 때 방어를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과잉방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2014년 3월8일 새벽 3시15분께 강원도 원주시의 한 주택에서 발생했다. 군 입대 신체검사를 받은 뒤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ㄱ씨는 거실에서 서랍장을 뒤지고 있던 ㄴ씨(당시 55살)를 발견했다. ㄱ씨는 ㄴ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려 넘어뜨리고 넘어진 채 양손으로 감싸고 있던 얼굴과 온 몸을 수차례 발로 찼다. ㄱ씨는 또 빨래건조대와 허리에 차고 있던 가죽 허리띠로 ㄴ씨를 수차례 때렸다. 결국 ㄴ씨는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후송됐고,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을 일으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채 치료를 받다 그해 12월 사망했다.
이희경 춘천지법 공보관은 “재판부는 피고가 1차 폭행을 해 피해자를 완전히 제압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어가 아닌 공격의사를 갖고 피해자를 또 때려 숨지게 했기 때문에 이는 정당방위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방어의 한도를 현저히 벗어난 공격행위는 정당방위의 범위를 벗어난 것임을 밝혀 정당방위의 요건과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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