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악가 출생지논란…“남구, 고증없이 기념사업”
중국 혁명음악가인 고 정율성(1914~76)씨의 출생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광주시 남구가 추진 중인 생가 복원과 기념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광주시 남구는 1990년대 후반 정씨의 행적과 명성이 국내에 알려지자 정씨의 생가가 남구 양림동 79라며 기념사업 추진에 나섰다.
남구는 2004년 6월 정율성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생가 표지석을 제막하며 중국인 방문객 유치에 성과를 올렸다.
또 다음달 11~12일 광주문예회관에서 6억원을 들여 국제음악제를 연다. 이어 24억원으로 이곳 일대 11필지 444평을 사들여 생가를 복원하고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250억원을 들여 지상 3층 연건평 600여평 규모로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생가 진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남구 쪽이 기본적인 고증절차도 없이 서둘러 기념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순남 남구의원은 지난 17일 1924년 광주군 광주면 금계리 있었던 정씨의 호적, 1922년 화순군 능주소학교에 들어갔다는 학적부 등을 근거로 생가가 ‘화순 능주’라는 주장을 내놨다.
광주시도 “남구 양림동 79는 1918년 발행지도에 주택이 아니라 산림으로 표시됐다”며 “객관적인 고증이 없는 만큼 생가복원과 기념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기 어렵다”고 거들었다.
반면 남구 쪽은 “현존하는 공문서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부인 정설송씨의 회고록, 조카 박의란씨의 증언, 중국의 2차 자료 등을 통해 양림동을 출생지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정씨는 1933년 중국 남경으로 건너가 연안의 노신예술학교를 다녔으며 39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한 뒤 팔로군 활동을 했으며 <연안송> <팔로군행진군> <흥안령에 눈내리네> <조선인민군행진군> 등을 작곡해 중국 전역에 명성을 떨쳤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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