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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왕따’ 고양 킨텍스, 서럽고 외롭다

등록 2016-01-31 20:07수정 2016-02-01 09:08

지역 현장 I 고립돼가는 고양시 킨텍스
아파트 병풍에 갇힌 킨텍스, GTX역마저 뺏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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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전시컨벤션센터인 경기도 고양 킨텍스가 ‘고립’되고 있다. 지원시설이 들어서야 할 터는 초고층 아파트 단지와 대형 유통시설, 쇼핑몰로 가득 차 애초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킨텍스 방문객의 교통 편의를 위해 추진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킨텍스역마저 500m가량 떨어진 대기업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설치될 예정이어서 ‘대기업 입김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킨텍스는 2005년 산업통상자원부와 경기도, 고양시가 3분의 1씩 공동출자해 지은 시설로, 우리나라 전시 면적의 40%를 차지한다. 연간 500만명이 방문하는 국제전시컨벤션센터가 아파트 숲에 갇힌 까닭은 무엇일까.

연간 500만명 방문 국제전시장
주변 아파트·오피스텔 공사 한창
백화점·대형마트는 이미 들어서

숙박·업무시설 등 지원시설 터
고양시가 땅 매각하며 취지 변질

킨텍스와 동떨어진 GTX역 논란도
아파트단지 한복판에 들어설 예정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 어려워
대기업 아파트 지원시설 전락 우려

연간 500만명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 국제전시컨벤션센터인 경기도 고양 킨텍스 주변이 개장 10년이 넘도록 호텔 등 필요한 숙박·교통 편의시설은 거의 갖춰지지 않은 채 초고층 아파트와 대형 유통시설만 잔뜩 들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킨텍스 제공
연간 500만명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 국제전시컨벤션센터인 경기도 고양 킨텍스 주변이 개장 10년이 넘도록 호텔 등 필요한 숙박·교통 편의시설은 거의 갖춰지지 않은 채 초고층 아파트와 대형 유통시설만 잔뜩 들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킨텍스 제공
■ 아파트 숲에 갇힌 국제전시장 지난 29일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 지원시설 터에서는 한화건설이 지하 5층, 지상 49층 규모 아파트와 오피스텔 단지를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화건설은 2019년 2월 준공을 목표로 1880가구를 짓고 있다. 이곳 외에도 킨텍스 지원시설 터와 한류월드 일대에 포스코, 현대, 지에스(GS) 등 대형 건설사들이 6000여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오피스텔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빅마켓, 레이킨스몰 등 대형 유통시설과 쇼핑몰은 이미 줄줄이 들어서 영업 중이다. 수족관인 한화아쿠아플라넷과 복합쇼핑몰 원마운트도 문을 열었고, 현대오토월드도 올해 준공된다.

정작 호텔 등 국제전시장 지원 시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킨텍스가 문을 연 지 10년이 지나도록 킨텍스 주변에는 2013년 3월 개장한 특급 엠블호텔(377실) 한 곳뿐이다. 킨텍스 방문객들은 서울과 인근 수도권으로 뿔뿔이 흩어져 숙박하고 있다. 최근 킨텍스 지원 부지와 인근 한류월드에 호텔 부지 5곳이 매각돼 모두 2600여실 규모의 호텔이 더 건설될 예정이지만, 애초 계획된 6000~8000실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언제 지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양시는 애초 킨텍스를 지원하는 호텔이나 업무시설 등을 유치하기 위해 대화동 일대에 지원시설 부지 14곳 33만8000㎡를 조성했다. 그러나 땅은 쉽사리 팔리지 않았다. 답보 상태였던 지원시설 터 매각은 고양 킨텍스~동탄새도시를 잇는 지티엑스 건설이 가시화하고 정부가 한류월드에 ‘케이(K)-컬처밸리’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땅은 ‘엉뚱한 곳’에 팔렸다. 고양시는 2012년 9월 이 일대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업무·복합시설 용지에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시가 킨텍스 지원 기능을 사실상 포기했다’ ‘땅장사를 위해 막개발을 자초했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자 고양시는 “세부개발계획 수립 때 도시계획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킨텍스와 연관 없는 시설은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우려한 대로 나타났다. 지원시설 터 14곳 가운데 현재까지 매각된 10곳과 임대된 2곳엔 대부분 아파트나 유통시설이 들어섰다. 아직 팔리지 않은 2곳은 차이나타운을 지으려다 무산된 5만5303㎡(공급예정가 2076억원)와 200실 이상 비즈니스호텔을 지어야 하는 4058㎡(169억원)다. 시는 이를 매각해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과 마이스산업 활성화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킨텍스의 한 직원은 “필요한 호텔은 없고 아파트만 잔뜩 들어서 말이 킨텍스 지원 단지이지, 국제전시장에 도움이 될 만한 시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킨텍스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호텔 짓는다는 이야기가 그치지 않았지만 실제로 된 게 하나도 없다. 10만원대 비즈니스호텔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경희 고양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100% 처음 계획대로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킨텍스 지원 부지라는 취지는 살렸어야 한다고 본다. 아파트나 마트는 이곳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할 텐데 굳이 시가 지구단위계획까지 변경해가며 앞장서 허가를 내줬어야 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킨텍스 지원시설 터 매각으로 모두 6704억원을 벌어들였고, 이를 통해 부지 조성 당시 발행한 지방채 2170억원은 물론 2010년 7월 민선 5기(현 최성 시장) 출범 당시 떠안은 부채 2670억원까지 깨끗이 청산했다. 새해 들어 고양시는 ‘부채 제로 도시’를 선언했다. 매각된 10개 중 7개(5117억원)는 최 시장 임기 중 매각한 것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매각 터에 들어선 시설들은) 지구단위계획상 지정 용도에 적합하게 유치돼 문제 될 것이 없다. 킨텍스 활성화를 위해서도 주변에 어느 정도의 상주인구가 필요하며 유통시설과 쇼핑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매각한 지원 부지 1만1770㎡에 1000실 규모의 호텔이 들어서며, 한류월드 내 숙박시설 부지까지 합하면 호텔 부족 문제는 곧 해결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 지티엑스 킨텍스역사, 재벌 건설사 품에? 지티엑스 킨텍스역의 위치도 취지와 동떨어진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3조5788억원이 투입되는 지티엑스 일산~삼성 노선은 2017년 착공해 2023년 개통되며, 킨텍스·대곡·연신내·삼성 등 4개 역사가 설치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경기도와 고양시에 의견 요청한 지티엑스 일산~삼성 노선의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을 보면, 킨텍스 역사는 아파트 단지 한복판인 한류월드 사거리로 설계돼 있다. 애초 용역설계 때 ‘킨텍스·코엑스 등 컨벤션산업 인프라와 융합해 지역활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개발·운영계획을 마련’하라는 주문과 동떨어진 것이다.

킨텍스 쪽은 국토교통부 설계대로 건설될 경우 킨텍스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개선되기 어렵고, 마이스 산업과 연계 없이 대기업이 지은 아파트 지원시설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역사를 1전시장과 2전시장 사이로 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킨텍스 관계자는 “현재 연간 5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고 앞으로 제3전시장까지 완공되면 1000만명이 킨텍스를 이용할 텐데, 지원시설 부지를 대기업 아파트 단지에 내준 것도 모자라 지티엑스 역사까지 아파트 단지 앞에 짓겠다니 말문이 막힌다. 중국이나 독일, 싱가포르, 영국 등의 선진 전시장은 모두 전시장 안에 철도역사가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킨텍스 역사가 차량기지 최소 곡선반경과 종점역 회차선 등 직선구간(470m)이 확보돼야 해 기술적으로 이전이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킨텍스 쪽은 철도 전문가 자문 결과, 주변 부지를 활용해 에스(S)자 곡선 등 선형을 변경하면 이전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킨텍스 쪽은 국토부가 검토중인 지티엑스 노선 파주 운정새도시 연장안이 확정되면 회차선 직선구간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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