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뽑아주면 일단 (국회가) 한 번 해주고(밀어주고) 나중에 잘하니 못하니 하는 게 민주주의 아니냐?”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시·청도군)은 3일 대구 달성군에 출마한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최 의원은 “(대통령이) 요새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한다. 법 좀 제발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한 지가 언제냐. 그런데 하나도 안 해주고 있다”라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뉜 3권 분립 제도를 헌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 수장은 대통령이며, 입법부인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권력을 세 등분으로 나누어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 의원의 이 말에 선거사무소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네번이나 국회의원을 한 지역구다. 박 대통령이 네번째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제18대 총선(2008년 4월)에서 88.57%를 얻었다.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출마해 이 지역구를 이어받으려고 하고 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던 현역 이종진 의원은 지난달 18일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 의원은 “4대 개혁이 되려면 국회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국회가 함흥차사다. 법 만들어놓으면 뭐하느냐. 몇년째 통과를 안 시켜 주는데. 이번에 선거를 제대로 해서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 들어와서 이걸 하자는 게 이번 선거의 의미다”라며 국회를 비판했다. 최 의원은 국회의원 3선이고, 박 대통령도 국회의원을 5번이나 했다.
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면 어떤 대통령도 할 수 없었다는 일로 세가지를 꼽았다. 통합진보당 해산,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무원연금 개혁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는 종북좌파세력 통진당을 누가 해산했느냐. 박근혜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 있습니까”라고 외쳤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최 의원 또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구나. 북한은 좋은 나라고. 이게 말이 되느냐. 지금까지 이런 (역사) 교과서 고친 대통령이 있었느냐. 박근혜 대통령 아니면 못해낸다”라고 말했다. 또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몇백조 줄였는데 욕먹을 각오로 해낸 게 누구냐”라고 되물었다. 이말에 사람들은 ‘박근혜’를 외쳤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역사교과서 가운데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 라거나 ‘북한은 좋은 나라’라고 쓰여있는 것은 없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구조적인 문제가 쌓여서 젊은 사람들이 취직이 안 된다. 시집도 못 가고 장가도 못 가니 이걸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요즘 한 번 뽑으면 평생 책임지라고 하면 뽑을 기업이 어딨느냐”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에는 기업의 노동자 해고요건을 완화하도록 하고 있어 반발이 거세다. 최 의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인턴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날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최 의원을 비롯해 정홍원 전 국무총리, 서상기 의원, 홍지만 의원, 윤재옥 의원 등이 참석했다. 최 의원은 마지막으로 모인 사람들에게 “여러분이 똘똘 뭉쳐서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 군민의 자부심으로 이번 총선에서 추경호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달라”고 당부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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