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마비…법질서 확립…
4일까지 철거안하면 행정대집행”
시민들 반발…127명 동조단식
“시 후안무치한 태도…사태 키워”
고용승계 의무 이행 요구
4일까지 철거안하면 행정대집행”
시민들 반발…127명 동조단식
“시 후안무치한 태도…사태 키워”
고용승계 의무 이행 요구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해고 노동자들이 9개월여간의 천막농성과 단식투쟁에 이어 분신 시도까지 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청주시가 사태 해법으로 시청 앞 천막농성장 철거 등 강경 대응책을 내놓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청주시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이 지난해 5월 청주시청 앞에 설치한 천막을 4일까지 철거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계고장을 노조에 전했다고 3일 밝혔다. 시는 2일 오전 병원 정상화와 이승훈 청주시장 면담 등을 주장하며 분신을 시도한 권옥자(62) 공공운수노조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분회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청주의료원까지 찾아가 계고장 전달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련 상당구청 가로정비팀 주무관은 “노조가 도로 부지에 천막을 설치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철거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시는 노조가 4일까지 천막을 스스로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 철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홍순후 시 위생정책과장은 “시는 노인전문병원 수탁기관인 의명의료재단에 전 노인병원 노동자 우선 고용을 권고하는 등 힘쓰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자신들만의 주장을 하며 시청 광장에서 분신을 시도하는 등 시정을 마비시키고 있다. 노조의 불법행동은 시민 불편 해소와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의 강경 대응에 대해 노조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까지 반발하고 있다. 김태종·임성재·박종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시민 127명은 3일 오전 9시 청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동조단식을 시작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해고 노동자들은 270여일 동안 천막농성을 하고, 권 분회장은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단식에 이어 분신 시도까지 했는데 시가 불법 운운하며 법질서 확립을 외치는 것은 후안무치한 태도다. 시는 사태를 키운 데 대한 사과와 함께 노조원의 요구대로 고용승계 의무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노인병원 정상화와 해고 노동자 전원 복직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 쪽도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태도다. 지난달 6일부터 단식을 하며 노동자 고용승계 등을 주장했던 권 분회장도 단식을 중단하고 집회·시위 등 물리적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조직국장은 “목숨을 건 여성 노동자들의 절규를 철저하게 짓밟는 시의 태도에 분노한다. 이젠 행동으로 맞서겠다. 법제처의 고용승계 의무 이행 통보 은폐, 3차례 공모 과정 전체에 대한 진상과 책임자 규명, 고용승계와 병원 정상화 등을 위해 지역 시민사회의 역량을 총동원해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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