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이사 지낸 박진씨 선임
“당혹” “개혁 적임자” 엇갈려
간부 19명 징계가 첫 업무
“당혹” “개혁 적임자” 엇갈려
간부 19명 징계가 첫 업무
보복성 인사, 직원 공금횡령, 쌍방 고소 등 난맥상을 보여온 경기도 고양시 산하기관인 고양문화재단이 새 대표로 문화예술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 연예인 매니지먼트사 출신 인사를 선임했다.
새 대표의 이력이 고양문화재단의 고유 업무인 공연장 관리·운영과 전시, 교육사업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채용 심사 과정에서 재단 내부 자료를 이용했다는 뒷말까지 나와, 첫 과제로 예정된 직원 징계 등 인적 쇄신을 통한 재단 정상화를 자율적으로 일궈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양시는 고양문화재단 5기 대표이사 공개 채용 결과 박진(51)씨가 선임됐다고 3일 밝혔다. 임기는 3년이다. 고양문화재단은 고양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 등 공연장과 청소년체육문화센터, 5월 개관 예정인 고양어린이박물관을 운영한다.
박 대표는 ㈜스타제국 고문과 ㈜유니버설뮤직 상무, ㈜싸이더스 이사, ㈜지니쇼비즈 대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이사 등 주로 연예인 매니지먼트회사에서 기획·제작·홍보·프로모션·이벤트 업무를 맡아왔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공공기관에서 근무한 경력도 없어 재단 안팎에선 뜻밖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고양문화재단 대표 공채에는 모두 18명이 응모했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4명 가운데 이사회 면접을 통해 2명을 압축했고 최성 고양시장이 최종 낙점했다. 내로라하는 국내 문화예술분야 경력자들이 대거 포함됐으며, 박 대표는 4등으로 서류심사를 통과한 뒤 면접에서 뒤집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단의 한 직원은 “외부에서 초빙해올 만한 실력과 덕망을 갖춘 후보들이 여러명 지원했는데 모두 들러리에 그치고 연예인 매니저 출신이 선임돼 당황스럽다. 고양시 문화예술계를 끌고나가야 할 분인데 프레젠테이션 발표 때 재단 내부 자료를 인용했다는 등의 여러 잡음과 의혹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적자난에 허덕이는 재단의 ‘흥행사’이기 앞서, 내홍 사태의 해결사로서의 첫 역할을 주문받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11~12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간부직원 19명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안태경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감사원 감사에서 비위가 적발돼 인사조처를 요구받고 사표를 냈다.
문화재단의 한 이사는 “재단과 산하기관 운영, 케이(K)-컬처밸리 구상 등 준비가 많이 돼 있고, 개혁 의지를 가지고 문화재단을 운영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