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아무개씨가 부산시소방안전본부에서 ‘119행복하우스’ 사업으로 고쳐준 새집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김영동 기자
부산 남부소방서 ‘119행복하우스’ 사업
2012년부터 70대 할머니 등 6명 지원
2012년부터 70대 할머니 등 6명 지원
이아무개(72)씨는 2006년 부산 남구 용호동에 홀로 이사왔다. 남편과는 40여년 전 사별했고, 자식들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어머니를 모실 수 없었다.
“젊은 때 몸을 살피지 않고 일을 한 탓인지, 고혈압·당뇨 등 때문에 이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몇년 전 다리 수술을 받았는데, 아직도 걷기가 힘들어.”
이씨는 정부에서 다달이 20만원씩 지원하는 기초노령연금과 그의 언니가 다달이 보태주는 돈으로 살고 있다. 그런 그한테 화마가 들이닥쳤다.
지난해 12월25일 오후 5시29분께 집에 불이 났다. 소방관이 6분 만에 도착해 불을 껐지만, 66㎡ 남짓한 그의 집 절반을 이미 태운 뒤였다. 슬레이트 지붕은 내려앉았고, 가재도구 대부분이 불탔다. 당시 출동했던 구영환 소방관은 “이씨가 발만 동동 구르다가 길가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부산 남부소방서는 화재 원인을 조사하다 주민들한테서 힘겹게 살고 있는 이씨의 사연을 전해들었다. 남부소방서는 이씨를 ‘119행복하우스’ 사업 대상자로 추천했다. 부산시소방안전본부는 화재로 피해를 본 주민의 집을 복구해 주는 ‘119행복하우스’ 사업을 2012년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 소속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들은 2012년 3월부터 지금까지 7억5000만원을 119안전기금으로 모아, 5억원가량을 119행복하우스 사업 등에 사용했다.
이씨는 119행복하우스 6번째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달 14일 공사에 들어가 4일 이씨의 새집이 완공됐다. 부산소방본부는 이씨한테 생활안정자금 100만원도 지원했다.
이씨는 “소방관들이 불을 끈다고 고생했는데, 이렇게 큰 도움까지 줘 정말 고맙다. 다시 살아갈 희망이 생겼다. 저도 남을 돕는 봉사활동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기욱 부산 남부소방서장은 “나눔을 실천하고, 어려운 이웃한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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