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를 남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A(36)씨가 5일 오전 현장검증을 위해 범행 장소인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남자화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업 안돼 돈이 궁해서 짜증…집에서 폭발물 의심물체 만들어”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를 남긴 혐의를 받는 30대 피의자가 “사회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나에 대한 불만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폭발 협박 사건’의 현장검증이 진행된 공항 1층 화장실 앞에 도착한 피의자 유아무개(36)씨는 “평소 사회에 어떤 불만이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하고, 실제 폭파시킬 계획은 없었다고 밝혔다.
붉은색 점퍼를 입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포승줄로 결박된 상태로 현장에 나온 유씨는 10여분 동안 폭발물을 설치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유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3시36분께 인천공항 1층 남자화장실 첫 번째 좌변기 칸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아랍어로 쓰인 협박성 메모지를 남긴 혐의(폭발성물건파열예비음모 및 특수협박)로 전날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유씨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대학원 졸업 뒤 무직으로 지낸 그는 “취업이 안 돼 돈이 궁해서 짜증이 났다. 집에서 부탄가스와 화과자 상자 등을 이용해 폭발물 의심 물체를 만들었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유씨가 화장실에 설치한 화과자 상자 겉 부분에는 부탄가스 1개, 라이터용 가스통 1개, 500㎖짜리 생수병 1개가 테이프로 부착돼 있었다. 상자 안에는 기타 줄 3개, 전선 4조각, 건전지 4개가 담겨 있었고 브로콜리, 양배추, 바나나껍질을 비롯해 메모지 1장도 발견됐다.
경찰은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유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테러단체와의 연관성 등을 추가로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인천/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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