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죄로 징역을 살았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다.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권용문)는 17일 부산의 건설업자 정아무개(52)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조 전 청장한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술과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조 전 청장과 정씨가 거액을 주고받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정씨의 진술 또한 신뢰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청장의 뇌물수수 혐의는 범죄 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2010년 8월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에서 3000만원을, 경찰청장 재직 중인 2011년 7월 휴가차 들른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 식당에서 2000만원을 건네받는 등 정씨한테서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조 전 청장을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달 1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 전 청장한테 징역 5년, 벌금 1억원, 추징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조 전 청장은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져 기쁘다. 이 사건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한테 미안할 따름이다. 모든 경찰관한테도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한 국가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어 벌어진 일이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눠야 한다. 양 기관의 견제와 균형으로 수사를 해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전 청장은 2010년 경찰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된 뒤 자살했다”고 발언해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아 구속 수감됐다가 2014년 5월 만기 출소한 바 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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