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민연대와 원주여성민우회 등 강원 원주지역 시민사회단체 30곳이 17일 오전 원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주를 사드 배치 후보지에서 완전 배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주시민연대 제공
한국과 미국이 이번주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를 위한 공동실무단을 꾸리기로 하는 등 속도를 내면서,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강원 원주지역의 사회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원주시민연대와 원주여성민우회 등 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는 17일 오전 원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주를 사드 배치 후보지에서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 30만 원주시민과 함께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북한 핵실험과 위성 발사를 빌미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틈을 타 사드를 배치하려 하고 있다. 사드를 배치한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장을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갈등만 증폭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주는 경기 평택 등과 함께 2014년 미국 쪽이 사드 배치를 위해 조사한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옛 미군기지인 캠프롱이 사드 배치 터로 거론되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캠프롱은 2000년 4월부터 시민들이 나서 반환을 위한 범시민운동을 벌여 2008년 기지 반환이 확정됐다. 기지를 돌려받게 된 원주시는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해 이곳에 그동안 미군기지 때문에 소외받던 주변 주민들을 위해 34만㎡ 규모의 문화체육공원을 만들 참이다.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는 “그동안 미군기지 때문에 도시 발전이 가로막히고 환경오염을 비롯한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왔는데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도시의 상징인 옛 미군기지를 평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던 시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원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곧 ‘사드 원주 배치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서명운동과 집회, 관련 정부 부처 항의방문 등 전면적인 반대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이번 원주지역 총선 등 정치권으로도 불길이 번지고 있다. 원주갑 선거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더불어민주당 권성중 후보는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는 사드 원주 배치 반대를 위해 연대할 필요가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만나 공동보도문을 함께 발표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이상현 원주시의장도 “캠프롱은 도심 한가운데 있어 사드가 설치되면 레이더에 따른 전자파 때문에 30만 원주시민 모두가 건강에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여야 의원들의 뜻을 모아 시의회 차원의 입장도 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관련영상] ‘박근혜발 북풍’, 대통령의 무지와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