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가 추진하는 구포왜성 문화재 정비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구포왜성 성곽 모서리 모습. 돌을 한 단씩 쌓아 올릴 때마다 긴 면과 짧은 면을 서로 엇갈리게 쌓으면서 모서리 세로줄을 일직선으로 맞춘 왜성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북구 “땅주인들 팔기 꺼려 어려움”
시에서 받은 예산 1억 돌려줄 판
시에서 받은 예산 1억 돌려줄 판
부산 북구가 추진하는 구포왜성 문화재 정비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 북구는 23일 “구포왜성 정비를 위해 주변 땅 매입을 진행하고 있는데, 땅주인들이 팔기를 꺼리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올해 땅을 사들이지 못한다면, 부산시에서 받은 예산 1억원을 돌려줘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부산 북구는 덕천2동 산93번지에 있는 구포왜성(부산시 지정 기념물 제6호) 종합정비계획을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구는 사업 초기 단계로 구포왜성 터를 보호하고 성벽 등 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시비 2억원, 구비 3600만원 등 2억3600만원을 들여 구포왜성 보호구역 안에 있는 사유지 15필지(2만3113㎡) 가운데 본성이 자리잡고 있는 3필지(2052㎡)의 우선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북구는 지난해 3필지 가운데 덕천동 511번지(899㎡)·512번지(251㎡) 등 2필지의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지만, 가장 넓은 1필지(902㎡)를 매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북구는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이 필지 보상금으로 1㎡당 10만원을 책정했지만, 땅주인들은 보상금이 충분하지 않아 협의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구가 올해 안에 이 필지를 사들이지 못한다면, 구포왜성 문화재 보호구역 정비사업으로 지난해 부산시로부터 받은 예산 2억원 가운데 1억여원을 되돌려줘야 한다. 사실상 구포왜성 정비사업이 반토막 나는 셈이다.
북구 문화체육과 문화관광팀 관계자는 “해당 필지는 문중 땅과 개인 땅 등이 뒤섞여 있다. 대부분의 땅주인들도 예부터 이 땅에서 밭을 일궈온 사람들이다. 협의와 설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왜성은 임진왜란을 이겨낸 우리 조상의 전리품이다. 구포왜성은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문화재이며, 역사적 의미 또한 크다. 지자체가 예산을 더 확보해서라도 해당 필지를 사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포왜성은 임진왜란 때인 1593년 7월 왜군이 낙동강 수로를 확보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60~70도로 비스듬히 쌓은 석축과 전투지휘소인 천수각 터 등이 남아 있다. 구포왜성 본곽은 빈터로 남아 있지만, 주위 다른 성곽 터는 대부분 사유지 터로 편입돼 있어 훼손 우려가 높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