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과 함께) 아직도 광주 놓고 싸우는 것 보면 한심해요.”
4·13 총선에서 대구 북구을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으로 출마하려다 ‘컷오프’(공천 배제)된 홍의락(61·비례대표) 의원은 28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더민주는 대구·경북에서만 200만표 이상 졌다. 이를 줄여나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더민주는 관심이 없다. 대구에는 더민주 출마자도 없는데 나를 자른 것을 보면 대구에 대한 이해나 고민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08만표 차이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민주통합당은 광주·전남·전북에서 250만표를 여당보다 더 얻었지만, 대구·경북에서만 202만표를 졌다.
홍 의원은 이번 컷오프 기준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정부가 ‘청부 입법’(정부가 법률안을 만들어 국회의원에게 발의를 청탁하는 관행)을 하는 것에 국회의원이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출석률이 80%를 넘었고 중요한 의결에는 모두 참석했다. 그런데 출석을 한 번 더했느냐 덜 했느냐, 법안 발의에 이름을 한 번 더 올렸느냐를 갖고 줄 세우기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면평가를 한다고 해서 가보니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점수표를 나눠주고 서로 평가하라고 했다. 그래서 ‘이런 식의 평가가 어디 있느냐’며 그냥 백지를 내고 나왔다”라고 털어놨다.
더민주는 이번에 현역 의원 10명을 컷오프 하면서 지역구 의원은 의정활동·공약이행 35%, 선거기여도 10%, 지역활동 10%, 다면평가 10%, 여론조사 35%를 적용했다. 비례대표 의원에게는 의정활동 70%, 다면평가 30%를 적용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전국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지역활동 평가 항목은 없었다.
홍 의원은 그동안 야당으로부터 대구·경북 몫으로 비례대표를 받아 당선된 의원들 가운데 이례적으로 대구 지역구로 출마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전혜숙(61) 전 경북약사회 회장이 비례대표가 됐지만 19대 총선 때 대구·경북지역에 출마하지는 않았다. 17대 총선 때 비례대표가 된 박찬석(76) 전 경북대 총장도 마찬가지다. 이번 4·13 총선에서 대구 12개 선거구에는 홍 의원을 포함해 3명의 더민주 예비후보가 출마했지만, 홍 의원이 컷오프 되면서 더민주 출마자는 2명으로 줄었다.
그는 “대구·경북 몫 비례대표는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대구 시민들에게 야당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더민주를) 전국 정당으로 만들고 싶어 대구에 출마했는데 예상치도 않게 컷오프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를 ‘꼴통 보수’로 낙인찍기 전에 과연 더민주가 그동안 얼마나 대구 시민들 곁에 서 있어줬는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5일 선거사무소에 ‘한쪽 날개로는 날 수가 없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고 더민주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컷오프에 반발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무소속 후보가 되도 펼침막은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더민주가 대구의 한 쪽 날개가 될 생각이 없다면 나라도 대구의 한쪽 날개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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