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을 홍보하는 30초짜리 영상
전남도 공문 따라 시작전에 상영
이낙연 지사 역점 사업 홍보내용
“관람객 동의 없이 일방적” 비판
이낙연 지사 역점 사업 홍보내용
“관람객 동의 없이 일방적” 비판
이낙연 전남도지사의 공약으로 만들어진 고흥 작은영화관이 개관 사흘째부터 도정 홍보에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고흥군은 29일 “전남도에서 영화관을 활용해 도정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면 한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협조요청을 받아들여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도정을 홍보하는 30초짜리 영상을 하루 5차례 틀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 22일 작은영화관을 개관한 다음날 공문과 도정을 홍보할 수 있는 영상이 왔다. 개관 사흘째인 24일에는 도청 직원 20명이 와서 함께 홍보 영상물과 개봉작 <순정>을 봤다”고 전했다.
이 영상은 먼저 이낙연 지사가 제창한 ‘생명의 땅, 전남’이라는 구호를 제시한 뒤 △보석 같은 자연 △웅숭깊은 맛·멋·흥 등을 잇따라 보여준다. ‘가고 싶은 섬 가꾸기’와 ‘숲속의 전남 만들기’ 등 역점 사업들을 추진하는 배경을 담은 것이다.
도는 또 이 영상을 자치단체가 직영하는 고흥 영화관에 이어 민간이 운영하는 여수와 순천의 메가박스 3곳에도 상영하도록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구상이 성사되면 관람석 3639석인 영화관 36개관에서 하루 180차례 홍보 영상이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문을 열어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장흥 정남진시네마는 상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관람객의 동의를 전혀 받지 않고 지역홍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굳이 전남도민을 대상으로 전남의 자연과 문화를 담은 홍보물을 보여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뒤따른다. 주민 신아무개씨는 “농어촌 주민의 문화적 갈증을 풀어준다는 사업에 공감해왔다. 유료 관람객들한테 이런 홍보 영상를 돌리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적절하지 않은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농어촌 영화관의 원조인 전북 지역에선 영화 시작 전에 청소년 관람객을 위한 자살예방 관련 영상 20초짜리를 틀고 있다. 2010년 11월 문을 연 장수 ‘한누리시네마’를 비롯한 영화관들이 6년 동안 운영 과정에서 도정을 홍보한 적은 없다. 전북에선 전체 14개 시·군 중 김제·임실·진안·순창 등지 9개 군에서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애써 작은영화관을 만들어 놓고 관람객들을 지루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도정을 홍보할 수단이 많은 만큼 앞으로 활용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안관옥 박임근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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