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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귀명창 많은 남도에서 유럽 젊은이들이 ‘사랑가’ 한판”

등록 2016-03-03 18:57

한유미 대표(가운데), 에르베 페조디에 박사(오른쪽). 사진 소을소리판 제공
한유미 대표(가운데), 에르베 페조디에 박사(오른쪽). 사진 소을소리판 제공
[짬] 파리 한국소리 페스티벌 한유미 대표, 페조디에 연출감독
유럽인이 부르는 <춘향가>는 어떤 맛일까? 광주문화재단은 5일 오후 3시 광주광역시 운림동 무등산 증심사 인근 전통문화관 서석당에서 ‘유러피안 케이(K): 풍류 한국소리전’이라는 공연판을 연다. 소을소리판(대표 민혜성)과 락음국악단(대표 박용호)이 유럽인 6명과 무대를 꾸린다. 유럽 젊은이들이 춘향이와 이도령으로 역을 나눠 <춘향가> 중 ‘사랑가’ 한 대목을 부른다. 그동안 갈고닦은 장구 실력도 선보이고, 남도민요도 함께 부른다.

유럽인들이 한국의 소리에 관심을 갖도록 한 계기를 만든 한유미(47) 파리한국소리페스티벌(K-Vox) 대표와 이 단체 예술감독이자 그의 남편인 에르베 페조디에(60·극작가) 박사는 “광주는 ‘귀명창’이 많은 곳이어서 기대도 되고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

‘유러피안 아마추어 소리꾼 경연’ 열어
수상자 포상은 ‘한국 방문 기회’ 제공
지난해 입상자 6명 5일 광주서 공연

한씨 ‘판소리’ 번역하다 빠져 박사논문
남편 페조디에도 ‘김금화 굿’으로 박사
“판소리는 완성도 높아 외국인도 공감”

파리한국소리페스티벌은 2013년부터 해마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러피안 아마추어 소리꾼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 포상으로 한국 방문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번 공연도 지난해 대회 수상자들이 함께한다. “프랑스인이 한국 문화를 단순히 감상하는 소극적인 참여에서 벗어나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마련한 판”이다. 한 대표는 “유럽인들에게 한국을 찾아 명창에게 판소리도 직접 배우고 ‘산공부’(명창들이 일정 기간 산속에서 하는 소리 수련)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모노드라마 <아버지> 공연차 파리에 간 박윤모 광주시립극단 예술감독이 한 대표의 부탁으로 페스티벌 심사위원을 맡은 인연으로 이번 공연을 주선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서울에 도착해 크라운해태의 후원으로 경기도 양주시 송추의 락음국악단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며 산공부를 했다. 공연에서 <흥부가> 한 대목을 들려줄 애나 예츠(27)는 페스티벌 대상 수상자로, 한국말이 유창하다. 그는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음악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지난해 공동 대상 수상자인 벨기에 청년 바질 퓌비옹은 재즈 드러머 출신으로 뛰어난 장구 연주를 선보인다.

페조디에 박사는 <수궁가> 중 ‘토끼화상’ 대목과 <흥부가> 중 ‘화초장’ 대목을 아니리처럼 프랑스어로 먼저 들려준다. 프랑스에서 판소리 공연을 할 때 프랑스어로 먼저 이야기를 들려준 뒤 소리를 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페조디에 박사는 2007년 6월부터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2주 동안 진행하는 판소리 강좌를 듣기 시작하면서 “심금을 울리는 소리의 매력”에 빠졌다. 내친김에 한국 문화 연구에 나선 그는 지난해 프랑스 고등연구원에서 ‘한국 샤머니즘: 김금화 굿’ 논문으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판소리가 유럽인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굉장히 독특한 음악 장르다. 혼자서 그렇게 긴 소리를 끌고 나가는 것도 그렇고 음악적으로도 심금을 울린다.” 한 대표는 “판소리 다섯 바탕엔 구비문학으로서 굉장한 깊이가 있어 일단 텍스트적인 감동을 주고, 음악적으로도 희로애락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음악적 감동이 전해질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인간의 보편적 문제를 다루고 있고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한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파견 국악강사로 판소리를 가르치는 소리꾼 민혜성(44·한양대 국악과 박사과정 수료·왼쪽)씨도 “지난해 6월 열린 국악 강좌 수강생 50여명 중 60%가 프랑스 등 유럽인일 정도로 한류에 관심이 많다. 부채를 주고 발림을 알려주면 참 좋아한다. 또 재즈 뮤지션 등 전문가들은 음악적 관심 때문에 판소리를 배우러 온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한 대표는 96년 한국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파리로 갔을 때만 해도 판소리를 몰랐다. 2001년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의 희곡과 연극을 프랑스어로 옮기는 번역가로 활동하던 그는 2000년 판소리 사설 번역을 맡았다. “음악보다는 텍스트로 먼저 접했는데 매료됐어요.” 가장 재미있는 대목을 하나만 고르기는 쉽지 않지만 그는 우화 속에 정치 이야기가 포함된 <수궁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수궁가>를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간했다.

한 대표는 2012년 파리7대학 동양어대학에서 ‘한국의 무형문화재인 판소리를 공연예술학적 관점에서 본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 논문 역시 파리에서 번역·출간됐다. 그는 “한국에서도 어렸을 적부터 소리 장단을 의무적으로 배우게 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이제 전통 판소리뿐 아니라 창작 판소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리꾼 이자람씨의 창작 판소리 공연이 파리 사람들에게도 인상적으로 전달됐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062)232-1595.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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