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1시께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 주변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9일 밤 9시40분께 소주를 나눠 마시던 주민 2명이 쓰러져 1명이 숨졌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경북 청송의 한 마을회관에서 소주를 마신 주민 2명이 쓰러져 1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7월 경북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때처럼 소주에는 누군가가 몰래 고독성 농약인 메소밀을 넣어놨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마을회관 안에는 13명이 있었고, 김치냉장고 안에는 소주 38병이 들어있었다. 소주 38병 가운데 메소밀이 들어있었던 것은 1병으로 추정된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묻지마 범행’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9일 밤 9시40분께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에서 이장 박아무개(63·사망)씨와 전 이장 허아무개(68·중태)씨가 소주를 마시다가 쓰러져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장 박씨는 다음날 아침 8시10분께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에서 박씨와 허씨가 마신 소주에서 메소밀이 검출됐다. 무색무취인 메소밀은 독성이 너무 강해 2012년 제조·판매가 중단됐다.
사건이 일어난 마을회관 안 작은방에는 박씨와 박씨의 아내, 허씨와 허씨의 아내, 여성 4명 등 모두 8명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화투를 치며 놀고 있었다. 작은방 바로 옆에 붙어있는 거실에도 여성 4명과 남성 1명 등 모두 5명이 있었다. 눌인3리(59가구 98명) 주민들은 일거리가 없는 겨울철에 마을회관에 자주 모여 밤 11시께까지 놀았다.
작은방 안에 있는 김치냉장고에는 소주 38병이 들어있었다. 지난 5일께 숨진 박씨와 박씨의 아내, 다른 여성 1명 등 3명이 마을에서 7.5㎞ 떨어진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의 한 마트에서 사다 놓은 것이 많았다. 첫번째 병에 든 소주는 허씨와 허씨의 아내, 다른 여성 1명 등 모두 3명이 마셨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병에 든 소주를 절반 정도 나눠 마신 박씨와 허씨가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첫번째 병은 허씨가, 두번째 병은 박씨가 꺼내왔다고 목격자들은 경찰에 진술했다.
마을회관 옆에 사는 한 주민은 “숨진 새 이장 박씨는 지난해 12월28일 투표로 임기 3년인 이장에 뽑혔고, 열심히 잘하는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마을회관 주변에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대신 마을회관 앞을 지나는 31번 국도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마을에서 북쪽 1.1㎞ 지점에는 과속단속 폐회로텔레비전이, 남쪽 700m 지점에는 방범용 폐회로텔레비전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외부인이 범행을 했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경찰은 마을을 수색하며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마트에서 누군가가 팔고 있는 소주에 메소밀을 넣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소주(350㎖)는 20병 묶음을 한 박스에 넣어 포장 판매된다. 숨진 박씨 등은 마트에서 소주 한 박스와 맥주 한 박스를 사와 김치냉장고에 넣어뒀다. 때문에 경찰은 마을회관 김치냉장고 안에 있던 소주병에 누군가 몰래 메소밀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치냉장고 안에 있던 소주병들은 아직 감식은 하지 않고 경찰이 확보만 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 피해자들이 마신 소주 한 병에만 메소밀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1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6명의 할머니가 메소밀이 든 사이다를 마시고 쓰러져 2명이 숨졌다. 검찰은 당시 마을회관 안에서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할머니 박아무개(83)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12월11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피고인 박씨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박씨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청송/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청송 마을회관에서 소주 마신 남성 1명 사망, 1명 중태
10일 오전 11시께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 주변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9일 밤 9시40분께 소주를 나눠 마시던 주민 2명이 쓰러져 1명이 숨졌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ㅠ
10일 오전 11시께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 주변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9일 밤 9시40분께 소주를 나눠 마시던 주민 2명이 쓰러져 1명이 숨졌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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