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주병서 신원미상 DNA 검출
마을 주민들 상대로 유전자 대조
불특정 다수 대상 범행 가능성도
마을 주민들 상대로 유전자 대조
불특정 다수 대상 범행 가능성도
“외부인보다는 내부인의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송 농약 소주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최병태 청송경찰서 수사과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장 박아무개(62·사망)씨와 전 이장 허아무개(67·중태)씨는 지난 9일 밤 9시40분께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52가구·98명) 마을회관 작은방에서 농약(메소밀)이 든 소주를 마시고 쓰러졌다. 하지만 경찰은 닷새가 지난 14일 현재까지 사건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마을 주민의 범행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씨와 허씨가 마시고 쓰러진 소주는 지난 6일(1상자)과 7일(2상자) 마을 주민의 자녀가 가져다 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의 자녀는 이 소주를 마을에서 7.4㎞ 떨어진 현동면 도평리의 한 마트에서 구입했다. 20병씩 종이상자에 포장된 상태였다. 경찰은 소주가 낱병으로 김치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6~9일 누군가가 소주 1병에 농약을 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당일 김치냉장고에는 소주 38병이 남아 있었다.
마을회관은 31번 국도변에 있다. 하지만 국도변 다른 건물과 달리 마을회관은 국도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다. 마을회관이 작은 개인주택처럼 생겼고, 입구에는 한자로 ‘눌인3리 경로당’이라는 글씨만 흐릿하게 적혀 있다. 외부인이 지나가다가 이곳을 마을회관이라고 생각하기는 매우 어렵다.
농약이 들어 있던 소주병에서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의 유전자(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유전자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시 마을회관에 주민이 13명 있었던 것을 고려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행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농약이 든 소주는 숨진 박씨가 김치냉장고에서 꺼내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겨울이면 10~15명씩 낮부터 밤늦게까지 모여 놀았다. 마을회관 밖에 빈 소주병이 386병이나 쌓여 있을 정도였다. 지난해 12월28일 마을회관에서는 이장선거가 있었는데, 애초 이장을 하려던 사람을 누르고 숨진 박씨가 이장에 당선됐다. 경찰은 마을 주민들끼리의 다툼도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박종화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주민들을 상대로 2차 탐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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