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명단’ 43명 가운데 대구·경북·울산에서 전략지역 비례대표를 신청한 사람들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북구을에 출마한 홍의락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에 이어 비례대표 논란까지 겹치며 더민주 지역위원회는 물론 지역 시민단체들도 비판하고 나섰다. 더민주는 그동안 총선 때마다 대구·경북 등 취약지역에서 전략지역 비례대표를 한 석씩 배정해 왔다.
지난 20일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홍창선)가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명단’(43명)을 보면, 대구·경북·울산에서 전략지역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한 사람들은 한 명도 없다. 강원 전략지역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한 심기준(54) 강원도지사 정무특보만 비례대표 후보 11~20번 순위를 받게 되는 비(B)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총선에서는 대구 6명, 경북 5명, 울산 3명, 강원 2명 등 16명이 전략지역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지방선거나 총선에 여러 차례 출마해 낙선한 이들이다. 더민주는 취약지역인 대구·경북·울산·강원을 전략지역으로 정해 5년 이상 활동한 당원에게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격을 주고 있다.
더민주는 그동안 대구·경북 몫으로 비례대표 후보 당선권 순위를 한 석씩 배정했다. 2012년 홍의락(61) 의원(경북 몫), 2008년 전혜숙(61) 전 경북약사회 회장(경북 몫), 2004년 박찬석(76) 전 경북대 총장(대구 몫) 등이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8일 대구를 찾아 “우리 당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구나 영남권에 당세 확장을 위해서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21일 성명을 내어 “더민주의 언어에는 대한민국에 대구·경북은 없고 호남과 수도권만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대구·경북·울산의 더민주 지역위원장들과 후보자들도 지난 20일 함께 성명을 내어 “독립 운동하는 심정으로 수십 년간 당을 지켜온 (전략지역의) 후보들은 고사하고 논문표절 시비, 비리 (연루 의혹), 시민단체 낙선요구 후보 등 낙하산 후보가 웬 말이냐”며 후보 재선정을 요구했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 쪽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 쪽 이헌태 대변인은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더민주 비례대표에 대구·경북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경북 안동 출신이고, 조희금 대구대 교수는 사회복지분야 전문교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용득(62)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조희금(61) 대구대 교수는 각각 노동과 교육 몫의 비례대표로 당선권인 에이(A)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서울로 가서 노동운동을 했다. 조 교수도 대구·경북에서 활동을 한 인물은 아니다.
대구의 한 더민주 지역위원장은 “이 전 위원장은 대구·경북에서 본 적이 없고, 조 교수는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이다. 홍 의원 컷오프 사태에 이어 이번 비례대표 논란까지 도대체 당이 왜 이런 식으로 공천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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