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붓꽃’
송만규 화백, 채색수묵에 글 붙여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펴내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펴내
“17번 국도를 따라가 본다. 바람이 이는 곳에 섬진강이 있고, 그 물줄기를 따라 재첩들이 여문다. 다른 강보다 손이 덜 닿아 물길의 곡선은 태초의 자연을 담고 있다. … 모양새가 비슷한 서양의 아이리스 꽃말은 ‘무지개’인데, 붓꽃의 꽃말은 비 온 뒤에 찾아오는 아름다운 무지개 같은 ‘기쁜 소식’이다.”(‘각시붓꽃’)
섬진강 화가 송만규(61)씨가 수묵화와 함께 글을 쓴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를 최근 펴냈다. 2010년대 초반부터 5년 넘게 그려온 들꽃 그림에다 글을 한데 모은 것이다. 들꽃 101개를 수묵채색화로 그려 계절별로 분류했다. 각시붓꽃·개불알꽃·금낭화·제비꽃·할미꽃 등 봄꽃, 가시연꽃·금강초롱·상사화·수련·패랭이꽃 등 여름꽃, 구절초·꽃무릇·물매화·억새·투구꽃 등 가을꽃으로 나누었다. 작가의 단상을 담은 글은 자신의 일기이고 수필인 셈이다.
20여년 전부터 섬진강을 그려왔던 그는 “섬진강을 스케치하다가 우연히 발에 짓밟히려던 조그만 들꽃을 발견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수묵풍경화를 채색으로 입혀 들꽃을 묘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들꽃의 형상을 그림으로 담아냈지만,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한 들꽃과 얘기하고 싶었던 작가의 단상을 식물도감 설명과는 다른 내용으로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심 갖지 않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싹을 틔우는 들꽃을 통해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자세도 새로 배웠다”고 덧붙였다.
2002년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북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 귀주마을에서 작업실을 열어 그림에 몰두했다. 현재 순창군 적성면 섬진강미술관 관장도 맡고 있다. 원광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1989년 평양축전에 걸개그림을 보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2003년 민족예술인총연합 전북지회 창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2005~2006년 제2대 회장을 역임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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