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천시장·약령시 점포 임대료 뛰어
영세민들 밀려나게 되자
조례 제정·값싼 임대 방법 검토
영세민들 밀려나게 되자
조례 제정·값싼 임대 방법 검토
가수 김광석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일대엔 2010년 벽화거리가 조성됐다. 이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명소가 되면서 지역상권이 되살아났고, 이 일대 점포 임대료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2010년 당시 30㎡에 20만원가량 하던 월세는 2~3년 전부터 100만원을 웃돌고 있다. 5년도 지나지 않아 5배나 뛴 것이다. 이 때문에 방천시장에서 농수산물·철물 등을 팔던 영세상인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하나둘 시장을 떠나고, 그 자리엔 대규모 식당·술집·카페 등이 들어서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방천시장엔 63개 점포가 있는데, 예전부터 장사를 하던 영세한 점포는 현재 30곳 정도만 남았다”고 밝혔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 중구 약령시의 점포 임대료도 2011년 시장 들머리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뒤 3배 이상 뛰었다. 이 때문에 전통 약재상은 210곳에서 170곳으로 줄었고, 대신 대형 식당·카페·미용실 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이 방천시장, 약령시장, 공구골목 등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안간심을 쏟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이 재개발되면서 기존 영세민들이 임대료 상승 등 때문에 밀려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구 중구청은 22일 “도심재생사업을 추진한 2006년부터 곳곳에서 임대료 폭등 등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 확산을 막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기로 하고, 오는 29일까지 시민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례에는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지역의 임대료 인상 폭, 피해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또 주민협의체를 결성하고, 건물주인과 중구청이 상생협약을 맺어 주인이 함부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성길 대구 중구청 시장관리계장은 “조례만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데 한계가 있어 영세상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구청이 건물이나 점포를 사들여 값싸게 빌려주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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