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화가’ 조우씨
네팔서 만난 ‘여행 화가’ 조우씨
“잘 놀아야 행복한 기운이 담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나를 알아가고 삶의 에너지를 얻습니다.”
지난 19일 안나푸르나 1~4봉과 마차푸차레, 히운출리 등 안나푸르나히말의 설봉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네팔 북중부 포카라 인근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에서 만난 화가 조우(43)씨는 “봉우리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리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그가 안나푸르나 산군을 배경으로 두루마리 광목천에 그림을 그려나가자 신기한 듯 구경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길목인 이곳은 각 나라 트레커와 네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조씨는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고 즉석에서 작품도 판매한다.
지난해 12월 초 한국을 떠나 스리랑카와 말레이시아를 거쳐, 네팔 남부 룸비니에서 넉달을 보낸 그는 새달 중순까지 네팔에 머물며 좀솜·묵티나트 등 안나푸르나히말의 주변 마을들을 더 둘러볼 예정이다. 가장 좋았던 곳으로 석가모니 탄생지인 룸비니를 꼽은 그는 “룸비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뭔가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승려가 세운 룸비니 최대 사찰인 대성석가사의 요사채 벽면에 연꽃과 아기붓다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가 네팔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졸업 뒤 인도에서 3년간 유학하면서부터다. 2006년부터 3년간 카트만두에 머물면서 요가와 힌두춤의 매력에 푹빠졌다. 이후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2009년 북미로 건너가 뉴욕과 캐나다에서 3년간 지낸 뒤 2011년 말 귀국했다. 외국을 여행하며 외국인들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이름도 조우(鳥友·새의 친구)라고 바꿨다. 새처럼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메신저가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세계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는 그는 “모든 게 후원자님 덕분”이라고 말한다. “한국에 돌아온 뒤 슬럼프에 빠져 그림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몇몇 친구들이 계속 그리라며 후원자가 돼주었어요. 경제적 도움은 물론 관심과 응원 덕분에 정신적으로 많은 힘을 얻었지요.”
지인 5~6명으로 시작해 그를 돕는 후원회는 여행하다 만난 사람을 포함해 4년 새 매달 1만원 이상 내는 사람만 60명이 넘어섰다. 일부는 여행 떠나기 전 일부러 그림을 사주기도 한다. 그는 후원자에게 매달 활동 소식을 담은 엽서를 보내주고, 해마다 6월6일을 ‘후원자의 날’로 정해 장기인 힌두춤과 승무를 선보이며 그림도 선물한다.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지금까지처럼 삶을 여행하듯 그림과 함께 세계를 돌고 싶다”고 말했다.
네팔(포카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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