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75㎝, 세로 55㎝ 크기의 추모비
한국전쟁때 민간인 최소 153명 총살
유족들 ‘평화의 세상에…’ 글귀 새겨
유족들 ‘평화의 세상에…’ 글귀 새겨
한국전쟁 당시 최소 153명의 민간인이 집단총살을 당한 경기도 고양 금정굴에 66년 만에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가 세워졌다.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양유족회는 유족들이 모은 기금으로 고양 금정굴 입구에 추모비를 세우고, 1995년 유해 발굴 이후 2001년까지 금정굴 주변에서 발견된 유해 일부를 안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가로 75㎝, 세로 55㎝ 크기의 추모비는 앞면에 ‘평화의 세상에서 편히 잠드소서’라는 글귀가, 뒷면에는 금정굴과 한강변, 덕이동 새벽구덩이, 성석동 귀일안골 등 고양지역에서 희생된 주민 177명의 명단이 담겼다.
고양유족회는 추모비 건립을 시작으로 금정굴에 대한 지상권(분묘기지권) 확보와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현장 부지 1000㎡가량을 자체 매입해 추모공원에 임시안치된 유해를 옮겨와 영구안치한다는 계획이다.
채봉화 고양유족회장은 “이번 추모비 건립은 20년 넘게 방치돼온 희생 현장 보존과 떠도는 유해 안치 문제를 유족들이 스스로 해결하려는 출발점”이라며 “금정굴 사건을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립 문제로 인식한 지역 정치권의 해결 방식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유족들의 권리와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겠다”고 말했다.
고양시와 고양시의회는 금정굴을 역사평화공원으로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조례 제정 등을 수차례 추진했지만 새누리당과 보수단체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금정굴 희생자 유해는 서울대 법의학교실에 보관됐다가 2011년 고양시 청아공원으로 옮겨졌으며 계약기간이 지난 2014년 다시 고양동 하늘문공원으로 옮긴 상태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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