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작가회의의 오세란 아동문학평론가가 지난 6일 아침 대전 서구 가장네거리에서 민중연합당 주무늬(오른쪽) 후보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최예린 기자
6일 아침 8시, 출근·통학으로 분주한 대전 서구 가장네거리.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앳된 얼굴의 여성이 선거 홍보 띠를 두른 채 쉴 새 없이 손팻말을 흔들며 인사했다. 대전 서구갑에 출마한 민중연합당 주무늬(31) 후보다. 선거운동원은 달랑 2명. 횡단보도 위 사람들은 무심하다. 후보보다 초록불만 주시한다. 명함 크기의 선거홍보물을 건네지만 시큰둥하다. 손을 내민 한 노인에게 기분 좋게 홍보물을 쥐여주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도둑”이라는 핀잔이 귓전을 때린다. “우리 같은 이들이 한번 바꿔볼게요”라고 호기 있게 답하고 다시, “주무늬입니다. 관심 가져 주세요”라고 외친다.
이런 주 후보를 지켜보는 이가 있다. 대전작가회의 오세란 아동문학평론가다. 주 후보 서너 걸음 뒤에 선 오 작가는 젊은 여성 후보의 분투를 데생하듯 끄적인다. “다른 정당에 비해 소박하고 어쩌면 초라한 선거운동이다. 그래도 젊은 후보가 나와서 보기 좋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모습이 늘어나 우리 사회 희망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행인이 뜸해지자 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주 후보에게 “힘든 게 없냐”고 물었다. 주 후보는 “주요 정당이 아니라 토론회에 나갈 수도 없고, 나와 내 정책을 알릴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록의 의미로 총선 르포를 시작했어요. 작은 사실도 취재를 거쳐 기록이 되면 나중에는 큰 흐름을 보는 단초가 되지 않겠어요? 지켜보고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작가의 일입니다.”
대전작가회의는 20대 총선을 기록하는 르포 기획을 시작했다. 김병호 시인은 지난 1일 열린 대전 동구 후보자 방송토론회를 기록했다. 시인은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이장우 후보가 참여하지 않고 일부 야당 후보만으로 치러진 김빠진 토론회를 낱낱이 기록했다. 시인은 이날의 블랙코미디를 이렇게 기록했다. “현역 의원이자 여당의 후보자가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말은 팽팽하게 끈을 잡아줄 한쪽 손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끈은 바닥으로 늘어질밖에….”
두 번째는 정덕재 시인이 지난 6일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기록했다. 대전서구선거관리위원회의 박종빈 지도담당관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총선의 뒷모습을 관찰했다. “오전에는 양복을 입고 토론회장에서, 오후에는 점퍼에 운동화를 신고 동분서주하는 동행을 통해 선관위도 후보자 못지않게 강행군하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그는 담배와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였다.”
르포는 4월13일 총선이 끝날 때까지 <대전문화타임즈> 누리집(dmtimes.co.kr)에 모두 6차례 실린다.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은 “총선 르포작가단 운영이 시민들에게 선거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르포라는 형식을 통해 선거와 정치에 관심을 갖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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