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인 단원고 2학년 3반 윤민의 아버지 최성용(54)씨가 12일 동거차도 인양작업 모니터링 천막에서 400㎜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상하이샐비지의 다리호를 주시하고 있다.
12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해역에서 인양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중국 상하이샐비지 소속 1만t급 작업바지선 다리호(大力號)의 앞쪽 모습.
12일 오전 10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현장. 세월호 인양을 맡은 중국 상하이샐비지가 선체를 인양하기 위해 해상에 설치한 1만t급 바지선 다리호가 파도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 다리호는 육중한 주황색 크레인을 갑판에 얹은 채 수심 40여m 아래 침몰한 선체 위에 닻을 내렸다. 이 배는 현재 선수 견인줄 연결과 선체 부력재 설치 등을 준비중이다. 팽목항에서 떠난 민간어선은 세월호 조사특위 조사단과 전문가, 유가족 등을 태우고 한시간 항해 끝에 맹골수도 해역에 다가갔다. 어선은 다리호 선체에 쓰인 상하이샐비지라는 영문 이름과 회사 로고, 안전제일 따위 글씨들을 읽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아 바지선에 접안이 어려웠다. 인양 공정을 설명듣고 점검 일정을 협의하려던 조사단과 유가족은 발을 동동 굴렀다.
권영빈 세월호 조사특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인양상황을 국민께 알리고 싶었다. 날씨가 나빠 올라가지 못해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보고드릴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가족인 정성욱 세월호가족협의회 인양분과위원장도 “바지선에 올라가 선체 부력재의 재질을 확인하고, 선체에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 뚫은 구멍 90개가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물으려했는데 안타깝다”고 말끝을 흐렸다.
조사단이 탄 어선은 뱃머리를 유가족 감시공간이 있는 인근 동거차도로 돌렸다. 동거차도는 세월호 침몰 당시 주민들이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펼쳤던 곳이다. 또 유가족들이 침몰지점에서 1.7㎞ 떨어진 언덕에 감시활동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세월호 침몰해역에서 1.7 ㎞ 떨어진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언덕 위에 설치된 4·16 세월호 가족대책협의회의 인양작업 모니터링 천막.
세월호 가족대책협의회 인양분과위원장인 단원고 2학년 7반 동수의 아버지 정성욱(46)씨가 동거차도 언덕에서 다리호를 바라보며 “이렇게 가까운데…, 퇴선명령만 내렸어도…”를 연발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곳에 대형 돔형 텐트 2동, 천막 1동, 간이 화장실 1동 등을 설치해 뒀다. 현재 단원고 2학년 3반 학부모 3명이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20분쯤 노란색 리본을 따라 오솔길을 오르자 언덕 위에 설치된 하얀 돔형 텐트들이 나타났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고 날카로웠다. 바람을 맞은 텐트의 천막에서 계속 우~우~하고 우는 소리가 났다.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천막 모서리와 야외용 의자 등은 줄로 튼튼하게 묶여 있었다. 밖에 놓여 있는 상자와 물건들도 머리 위에 큰돌을 이고 바람을 견뎠다. 천막 안에는 손전등과 물병, 후라이팬을 비롯해 가재도구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최씨는 “아빠들이 여기라도 오지 않으면 먼저 간 아이들을 만났을 때 할 말이 없을 것같아 반별로 일주일씩 교대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체를 온전하게 인양해 진상규명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꼭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날마다 쌍안경과 400밀리 줌 카메라로 바지선 위의 인양작업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다리호가 감시를 의식하고 있는지 자신들을 등진 채 야간에만 작업을 한다고 불평을 했다.
박씨는 “이곳에 오면 기가 막힌다. 저렇게 빤히 쳐다보이는 곳에서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니 지금도 믿기가 어렵다”고 말문을 흐렸다.
이들이 조사단을 만나는 순간에도 언덕 곳곳에 묶인 노란 리본은 마치 깃발인 듯 바람에 쉴 새 없이 나부꼈다. “약속할게요…. 잊지 않겠다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진도/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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