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회원들이 지난해 8월16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손팻말을 들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회원·가족 10여명
대전역 으능정이 거리서
“세월호참사 제발 잊지 말자”
벌써 1년5개월째
회원·가족 10여명
대전역 으능정이 거리서
“세월호참사 제발 잊지 말자”
벌써 1년5개월째
“힘이 되자. 잊지 말자, 제발 잊지 말자.”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누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나마 자식 키우는 부모들이 그 고통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그 아픈 이해와 공감을 외쳐온 이들이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회원과 가족 10여명은 매월 16일 대전역, 으능정이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2014년 12월부터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으로 특별법 개정과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고 있다. 1년5개월 동안 이어온 지금은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지독한 버릇이 됐다.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달라고 해요. 음료수를 사 들고 와서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지난 15일 오전 대전 동구 정동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사무실에서 최윤정(49) 사무국장과 최영연(40) 정책위원장을 만났다. 둘 모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노란색 조화가 놓인 작은 사무실 한구석에 ‘세월호의 진실, 행동하는 시민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이 책임져라’ 등이라고 쓴 손때 묻은 손팻말 묶음이 놓여 있다. 모두 그들이 손수 만들었다. 손목을 감싼 노란 팔찌, 가슴에 박힌 노란 리본은 그들의 의지다.
침몰한 세월호가 착한 부모들의 마음을 뭍으로 떠오르게 했다. 세월호 참사 넉 달 만에 지부를 만들었고, 이후 세월호 활동으로 마음을 나누고 있다. “참사 이후 어떻게 하면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부모들을 모이게 했고, 이후 별로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비 오고 눈 와도 거리로 또 나설 수밖에 없어요.”
그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는 길은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죠. 기억하자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해야만 그나마 사람들의 기억을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행동은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 정부와 언론을 움직이는 것이다. “정부와 함께 언론이 문제예요. 제도권 언론이 세월호 문제를 제대로 알리지 않잖아요. 기본적으로 언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우리가 언론이 돼서 알리고 있어요.”
그들은 운다. 부모이기 때문이다. 최 사무국장의 큰딸은 세월호 아이들 또래다. 참사 한 달 전 그 딸도 배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전날 밤 딸은 배 여행을 무서워했지만 엄마는 나무랐다. “배가 침몰해도 금방 구조된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허술한 나라가 아니란다.” 엄마는 한 달 만에 거짓말쟁이가 됐다.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는 딸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어요. 미안하다며…. 그렇게 아이를 보낸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이제 그만 잊자는 사람들을 향해 그들은 역사와 미래를 이야기했다. “좋은 역사든 나쁜 역사든 정확한 사실이 드러나야 앞으로의 미래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겠죠. 국가가 정말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그랬는지, 이런 것들이 밝혀지지 않은 채 잊고 새롭게 미래로 나아가자는 건 오히려 비현실적이지요.”
세월호 2주기인 지난 16일 그들은 으능정이 거리에서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에 맞춰 행위극을 선보였다. 왼손에 노란색 긴 리본을 묶은 채 리듬에 맞춰 양손을 아래위로 끌어올리고, 또 끌어올렸다. 저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세월호의 진실을 끌어올리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이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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