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와 장그래 대전충북지역 노동조합이 지난 2월 22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문 앞에서 복합유기용제와 노동자 질병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역학조사 실시를 근로복지공단에 요구하고 있다. 사진 최예린 기자
전·현직 4명 ‘산재 신청’ 관련해
근로공단, 유기용제 연관성 조사
한국타이어쪽 “성실하게 협조”
근로공단, 유기용제 연관성 조사
한국타이어쪽 “성실하게 협조”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쓰는 복합유기용제와 노동자들의 질병 관련성을 살피는 역학조사가 시작된다.
근로복지공단은 ㄱ(47)씨 등 한국타이어 전·현직 노동자 4명이 접수한 ‘유해물질에 의한 질병 업무관련성 산재 신청’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전문적인 역학조사를 맡겼다고 21일 밝혔다.
ㄱ씨 등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이 낸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근거로 한국타이어에서 사용하는 복합유기용제인 에이치브이(HV)-250 등이 노동자들의 질병 발생과 관련이 있다며 지난 2월22일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사에 산재를 신청했다. 당시 고려대 안산병원 쪽은 “(ㄱ씨의)다발성 신경병증의 발병경위와 누적 노출량을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업무 수행과정에서 노출된 유기용제와 질병간 연관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정상섭 과장은 “전문적인 역학조사가 필요하지 않다면 자료 검토 후 바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로 들어가는데, 이 경우 한국타어에서 근무한 작업환경과 유기용제에 노출된 정도 등을 파악할 필요성이 있어 전문기관에 역학조사를 의뢰하게 됐다”며 역학조사 의뢰 배경을 설명했다. 역학조사는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박가영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장은 “전에 근무했던 직업력, 취급 물질과 노출 정도, 관련 문헌 고찰 등이 전반적으로 이뤄진다. 해당 사업장에 대한 현장조사 후 재해자 면담도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한국타이어 대전 및 금산공장, 연구소 등에서 7명이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급성심장사 등으로 숨지고, 5명이 폐암과 식도암, 뇌수막종양 등으로 숨져 당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이뤄진 바 있다. 2008년 2월 발표된 역학조사 결과 작업장의 고열, 과로 등과 돌연사 사이의 관련 가능성이 추정됐지만, 화학물질과 돌연사 사이의 연관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당시 논란이 됐던 유기용제와 질병과의 연관성은 조사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일한 ㅂ(38) 씨가 혈액암 판정을 받은 지 두달 만에 숨지기도 했다.
박응용 장그래 대전충북지부 위원장은 “ 2008년 이후로도 사망자가 28명에 달하고 노동자들의 질병과 복합유기용제 사이에 연관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쪽은 “공단이 진행하는 역학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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