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하대학교 2015학년도 졸업식에서 최순자 총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4.23 [인하대 제공] 인하대학교 2015학년도 졸업식에서 최순자 총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4.23 (인천=연합뉴스)
“학위위원회 평가 적절성 확인”
학내 게시판에 직접 댓글 달아
“지금 독재시대냐” 비판 봇물에
당사자·지도교수 등 만나 사과
학내 게시판에 직접 댓글 달아
“지금 독재시대냐” 비판 봇물에
당사자·지도교수 등 만나 사과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4월 개교기념일에 맞춰 졸업식을 개최한 학교 결정에 반발한 대학원생에 대해 “박사학위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해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최 총장은 지난 23일 열린 2015학년도 졸업식을 앞두고 박사과정 수료생 윤아무개씨가 대학 내부 구성원만 볼 수 있는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4월 졸업식’과 관련한 불만 글을 올리자, 졸업식 다음날인 24일 “윤군이 그동안 무엇을 배웠고 이런 사고력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윤군의 박사학위에 대해 대학원 학위위원회에서 제대로 평가한 것인지 확인하겠다. 윤군 같은 사람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직접 댓글을 달았다.
앞서 자신을 문과대학 박사과정 수료생이라고 밝힌 윤씨는 지난 21일 “8월 학위를 받게 되는 날 부모님과 친지를 불러 기념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졸업식 변경에 대책이 서지 않는다. 대학원생들이 졸업식장에서 학위복 없이 노트북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4월 졸업식이 강압과 폭력이라는 점을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실제 졸업식 때 윤씨를 비롯한 졸업생들의 퍼포먼스나 시위 등의 집단행동은 없었다.
하지만 최 총장의 댓글에 학생·교수들의 비판과 조롱의 글이 잇따르면서 정작 졸업식 뒤 학내가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학교 게시판 등을 통해 학생들은 “지금이 어느 시대냐.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할 대학에서 총장이 독재시대 총통처럼 군림하며 학위를 갖고 학생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 이아무개씨는 “학위가 누군가를 징벌하기 위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박사가 되기 위해서 특별한 인성의 기준이 요구되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조아무개 교수는 “민주사회에서 본인의 의견을 표출하려고 하는 것인데 박사학위 심사과정, 논문 내용을 문제 삼겠다구요? 박사학위논문은 인성으로 수여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최 총장은 25일 게시판에 글을 올려 유감의 뜻을 밝힌 뒤 26일 윤씨와 윤씨 어머니, 지도교수를 만나 사과했다. 최 총장은 게시판을 통해 “모든 것이 총장의 책임”이라며 “학위수여와 관련해 대학원위원회에 총장으로서 이의 제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올해 개교 62주년을 맞은 인하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개교기념일에 맞춰 지난 23일 졸업식을 개최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최순자 인하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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