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철원군 대마리 전략촌의 1968년 8월30일 입주식 당시 모습이다. 북한의 선전촌에 대응하려고 마을 한가운데 난 500m 길이의 도로를 따라 양옥집들이 세워지고 150가구가 살았다. 민북마을 기록물 발간추진위원회 제공
‘피 흘러 찾은 땅, 피땀 흘려 개척했다.’(대마리 개척비 글귀)
국내 첫 전략촌인 강원도 철원의 대마리 마을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민북마을 기록물 발간추진위원회가 낸 <대마리 역사 이야기>(사진)다. 한국전쟁 뒤 개척 1세대 150명이 목숨을 걸고 버려진 황무지 개간에 나서 삶의 터전을 일군 과정이 생생하다.
‘지뢰꽃’ 시인으로 유명한 철원 출신 정춘근씨가 집필했고, 한국문인협회 철원지부와 문학동인 모을동비 회원 등이 힘을 보탰다. 정춘근씨는 “대마리 개척사에 관한 기본 기록들이 남아 있지 않아 개척 1세대들의 이야기를 녹취하려고 대마리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부족한 자료는 국가기록원과 옛 신문기사 등을 뒤져 두 달이 넘는 밤샘 작업 끝에 책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대마리는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전략촌은 중부 철원지역을 수복한 정부가 ‘수복 지역에 사람들을 이주시켜 농사를 짓게 하면 식량 증산이 가능할 뿐 아니라 북한의 침략에 즉각 대응하고 대북 심리전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건설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키부츠를 본보기 삼아 ‘농업+전투’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 책은 대마리 탄생, 주민 입주, 지뢰사고 등을 꼼꼼하게 담았다. 특히 1967년 4월5일 가입주해 천막생활을 하면서 농지를 개간하려고 지뢰를 제거하다 사상한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주민들에게 가슴 아픈 기억이다. 11명이 죽고 8명이 다리를 잃었다고 한다.
전략촌 소유권 분쟁 문제는 개척 1세대에서 시작돼 현재진행형이다. 소유권 분쟁은 1973년 이 마을의 땅을 소유한 이가 소유권 양도소송을 내면서 비롯됐다. 이 책은 이 문제를 주민과 소유권자, 정부 입장으로 나눠 균형감 있게 정리하고 해결을 위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신성순 대마리 입주동지회장은 “1967년 150명이 텐트 속에서 시작한 대마리 역사는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 대마리는 온통 잡초밭이었고 언제 지뢰가 터질지 몰랐다. 호랑이 같던 동지들은 가혹한 환경과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고 있는데 우리 마을 역사가 책으로 나와 감개무량하다”고 기뻐했다. 홍기일 대마리 이장은 “학교 선생님이 공부하라는 말보다 지뢰 조심하라는 말을 더 많이 했다. 생명을 담보로 지뢰밭에서 희망을 일군 우리 부모님의 역사를 책으로 남겨야 한다는 주민들의 오랜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민북마을 기록물 발간추진위원회는 29일 오전 10시 철원 대마리 마을회관에서 출판기념회 및 책 기증식을 열고 주민 모두에게 책을 한 권씩 나눠줄 참이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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