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의뢰로…단원 12명 피해 주장
‘감독’ 천안시는 제대로 조사 않고
당사자 예술감독 사직서 수리만
‘감독’ 천안시는 제대로 조사 않고
당사자 예술감독 사직서 수리만
예술감독이 여성 단원들을 수년 동안 성추행하거나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나온‘충남국악관현악단 성추행 사건’을 검찰이 접수해,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사건이 드러났을 때 이 단체를 관리·감독하는 천안시는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예술감독의 사직서를 수리했고, 단체 재정의 60%를 지원하는 충남도는 ‘천안시가 조처할 사안’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충남국악관현악단(이하 국악단)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아 사건을 접수했다고 2일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지자체(충남)국악단 예술감독의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의뢰하는 등의 진정 처리 결정을 내놓았다.
인권위 진정 처리 내용을 보면, 단원 12명이 예술감독 ㄱ씨로부터 성추행,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악단 단원 50명 가운데 여성단원은 36명이다. 피해자들은 ㄱ씨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껴안았다. 엉덩이·허벅지를 만졌다. 겨드랑이를 주물렀다. 야한 사진과 동영상을 단체메일 등으로 보냈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이들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
이 문제가 처음 공론화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국악단은 충남도가 재정의 60%를 지원하고, 천안시가 관리·감독한다. 당시 국악단의 일부 단원들은 구본영 천안시장 앞으로 호소문을 내고 당시 예술감독인 ㄱ씨의 성추행, 성희롱 등을 고발하면서 천안시가 이를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부서인 천안시 문화관광과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단원 4명을 불러다 의견을 듣는 수준에서 조사를 끝냈고, 천안시 감사관실 역시 이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다. 천안시는 또, 피해자들의 문제제기 10일여 뒤 ㄱ씨가 사직서를 내자 바로 그날 수리했고, 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반일 휴가를 낸 단원 18명에게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며 경고 처분을 내렸다.
천안시의 이런 태도에 관해 인권위는 “소속 기관에 대해 상시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성희롱 사건 발생시 신속하게 조사해 적절한 사후처리를 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기관으로서의 의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승우 천안시 문화관광과 예술진흥팀장은 “그 사람들(피해자)이 인권위에 진정을 냈기 때문에 그 사안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할 이야기가 없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성추행·성희롱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2월 국악단 여비 사용과 ㄱ씨에게 명절 떡값 상납 문제가 함께 제기됐지만, 천안시가 관련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정황도 확인됐다. 당시 일부 단원들은 “시에서 단원 개인에게 지급하는 여비를 국악단이 걷어가 불투명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명절에 의례적으로 ㄱ씨에게 금품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승우 팀장은 “단원의 동의를 구해 여비를 걷어 사용한 것은 맞지만, 사용 내역을 확인한 적은 없다. 명절 떡값 문제는 ㄱ씨가 사직한 뒤 없어졌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남도 감사위원회는 “우리 쪽으로 민원이 들어오지 않아 잘 모르겠다. 천안시가 조처할 사안이다”고 선을 그었다.
천안/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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