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에 첫 단편영화관이 생겼다. 150인치 스크린과 관람석 18석이 전부인 초소형 영화관이다. 옛 도심인 봉의초등학교 인근 건물 1층에 매표소와 세미나실, 지하에 상영관을 갖췄다. 개관 기념으로 지난 6~7일 ‘우리동네 영화’라는 소규모 영화제도 열었다.
영화관은 잠시 멈춰 서서 영화를 통해 삶을 돌아보자는 뜻을 담은 ‘일시정지시네마’다. 강원대 영상문화학과를 졸업한 청년 유재균(27)씨가 대표다.
유씨가 영화관 사장으로 변신한 것은 지난해 말 개봉한 <더 랍스터> 때문이다. 그는 “춘천에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2곳이나 있지만 경제적 논리에 충실한 상업영화를 우선 상영하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 때문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영화를 춘천에선 볼 수가 없었다. 관객은 다양한 영화를 볼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유씨는 분노를 즉시 실천에 옮겼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2016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영화관 개관에 필요한 기본 자금을 마련했다. 사업계획 수립부터 공사, 인테리어까지 손수 작업했다.
특히 대학 시절 학교 안에서 1주일에 한 번씩 고전영화 상영회 ‘시네마테크’를 3년 정도 운영한 것이 큰 자산이 됐다. 졸업 뒤 강원문화재단과 케이티앤지(KT&G) 상상마당 춘천 등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한 것도 그의 변신에 보탬이 됐다.
유씨는 시범운영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민들이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건강한 단편영화를 골라 일시정지시네마에서 상영할 참이다. 그는 “고 이성규 감독님은 죽기 직전 자신의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로 꽉 찬 상영관을 보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선 무수히 많은 독립·단편영화가 제작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 영화를 모르고, 영화관에서도 그런 영화는 틀어주지 않는다. 단편영화관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영화관 개관으로 그의 반란은 절반 정도 성공했다. 이제 살아남는 게 숙제다. 유씨는 영화관 운영과 함께 영상 제작 등 수익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영화관 개관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남들처럼 밥 벌어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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