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대부도에서 발견된 토막시신 사건의 용의자 조모씨가 긴급 체포돼 5일 오후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16.5.5 연합뉴스
우발적 범행 주장하던 조씨, 계획적 살인 자백
경기도 안산 대부도 토막 살인사건은 조아무개(30)씨의 계획 범행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이 밝혔다.
안산단원경찰서 수사본부는 13일 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살인·사체훼손·사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조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조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1시께 인천시 연수구 자택에서 함께 살던 최아무개(40)씨를 망치로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4일간 주검을 집 안 화장실에 뒀다가 같은 달 17일부터 훼손해 상·하반신을 토막낸 뒤 26일 밤 렌터카를 이용해 대부도 일대 2곳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처음엔 최씨의 잦은 폭언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이 근거를 대고 추궁하자 “살해할 생각으로 망치를 (공장에서) 집으로 가져갔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조씨가 지난달 12일 공장에서 퇴근하면서 망치를 들고 집에 와 냉장고 뒤에 숨겨 놓았고, 최씨가 술에 취해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범행한 점, 최씨가 퇴근하는 시간 등 생활 패턴을 감안해 범행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적인 살인으로 판단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올 1월 인천의 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최씨를 알게 됐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2월 말부터 동거해왔다. 3월부터 청소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최씨가 자신과 부모에 대해 심한 욕설을 하자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사건 당일인 13일 자정께 술에 취해 귀가한 최씨가 잠을 자던 자신을 깨워 욕설을 하자, 조씨는 최씨가 잠들 때까지 30여분간 기다렸다가 망치로 살해했다.
망치는 다음 날 다시 공장으로 가져다 놨고, 주검이 부패하며 냄새가 나자 화장실에서 훼손하기 작했다. 주검을 훼손하면서도 평소대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거나 샤워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장기 일부 등을 피해자의 피 묻은 옷과 함께 쓰레기봉투에 넣어 집 근처에 버렸다.
이어 같은 달 26일 오후 11시50분께 렌터카를 빌려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대부도 일대 2곳에 상·하반신을 유기했다. 대부도를 주검 유기 장소로 택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성인영화 제작업체에서 일하면서 촬영차 3∼4차례 가 본 곳이어서 인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전에 유기 장소를 답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씨의 심리분석 결과 정신병력이나 사이코패스 성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만 현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제한적인 내용에만 주목하는 등 통찰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범행 뒤 도주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고 있다가 체포된 경위에 대해 “뉴스를 보지 않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범행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10년 인생계획 등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은 주검을 유기하면 완전범죄를 이룬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 유기 뒤 주검이 더는 자기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모든 일이 끝난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은 사건과 자신을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에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대부도와 시화호 일대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55대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으며, 시화방조제 구간(12㎞)에 대해선 전담 순찰차 1대를 배치해 야간 순찰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이재홍 안산단원경찰서장은 조씨 신상 공개와 관련해 “특정강력범죄 처벌 특례법에서 규정한 신상 공개 요건을 갖추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절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안산/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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