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호산고 교사 수업 문제삼아
교육부, 교육청에 조사 지시
시교육청, 13명 동원해 학생 설문
교육청 누리집에 비판글 쏟아져
해당교사 “파시즘적인 태도” 반발
교육부, 교육청에 조사 지시
시교육청, 13명 동원해 학생 설문
교육청 누리집에 비판글 쏟아져
해당교사 “파시즘적인 태도” 반발
‘정권의 시녀가 된 대구시교육청 규탄한다’ ‘대구에 살고 있는 것이 부끄럽다’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대구시교육청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교육청을 비판하는 이런 제목의 글이 30여개나 올라왔다. 지난 15일치 <미디어오늘>에는 호산고 2학년 학생이 기고한 ‘선생님을 징계한다면, 저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자율형 공립고인 대구 호산고에서 학생안전생활부장을 맡고 있는 강성규(41) 교사는 세월호 2주기를 앞둔 지난 3월30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문학수업을 했다. 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만든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 등으로 2학년 11개 반(340여명)에서 한시간씩 수업을 했다. 그는 지난달 19일치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중립을 지키기 위한 나의 416 교과서 수업’이라는 글도 썼다.
교육부는 이 기고글을 보고 문제를 삼았다. 교육부는 시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강 교사가 416 교과서로 수업을 한 것을 조사해 조처한 뒤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이전에도 각 시·도교육청에 416 교과서가 수업에 활용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여러차례 공문을 보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1일 호산고에 직원 13명을 보내 강 교사의 수업을 들은 2학년 학생 모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강 교사가 416 교과서 등으로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했는지, 수업에서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받았는지 등을 묻는 설문이었다. 원래 시교육청은 호산고에 직접 설문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설문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하자 시교육청이 직접 설문조사를 했다.
호산고의 한 2학년 학생은 지난 12일 시교육청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학생들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힘써야 할 교육청이 수업 주제가 현시대에 예민한 주제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수업시간에 2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다니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감사를 받고 있는 강 교사는 “교사의 뇌 속까지 뒤지려 하는 시교육청의 파시즘적인 태도다. 특정 정권의 입맛대로 교육을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교육부 공문에 따라 감사를 하는데 강 교사가 수업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려고 장학사 11명이 11개 반에 동시에 들어가 빠르게 설문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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