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나서…미술계 관행 주장에 “타인 작품 판매는 사기죄”
가수 조영남(71)씨의 그림에 대해 ‘대작’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춘천지검 속초지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은 최근 무명 화가가 그려준 그림을 조금 손 본 뒤 자신이 그린 것처럼 전시·판매했다는 혐의(사기) 의혹이 제기된 조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무명 화가 ㄱ씨가 1점당 10만원 안팎의 대가를 받고 그려준 그림을 조씨가 수백만원에 판매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씨의 그림 가운데 ㄱ씨가 그려준 그림이 얼마나 되고 얼마에 판매됐는지와 ㄱ씨가 그려준 그림에서 조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할 참이다.
검찰은 미술계에서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것이 ‘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 “조씨는 다른 사람이 그린 작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관행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유명 화가가 조수를 써서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외국에서도 조수를 둘 때는 이런 사실을 사전에 밝히고 지시·감독을 한다. 이번 사안과 다르다”고 밝혔다. 또 “미국 판례를 보면, 작품 의뢰인이 작가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개성과 실력 등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작권은 실제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있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조씨의 ‘대작’ 의혹 사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재미있는 사건이 터졌네.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 액션이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썼다.
진 교수는 또 “핵심은 컨셉이다. 작품의 컨셉을 누가 제공했느냐다.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그 컨셉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념은 고루하기에, 여론 재판으로 매장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아무튼 그 부분은 검찰이 나설 일이 아니라 미술계에서 논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속초/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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