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 사진 유니스트 제공
울산과기원 광장에 체험시설 설치
대변 말려 분말 만든 뒤 연료화
“하늘 아래 한점 부끄럼 안 남아”
대변 말려 분말 만든 뒤 연료화
“하늘 아래 한점 부끄럼 안 남아”
인분(똥)을 버리지 않고 활용해 돈까지 벌게 해주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윤동주 화장실’이 25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광장에 들어섰다.
유니스트는 이날 경영관 앞 광장에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야외 체험 실험실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사진)을 설치해 일반에 공개했다. 연면적 122.25㎡ 육각형 구조인 이 실험실의 핵심 시설은 ‘윤동주 화장실’과 ‘미생물 에너지 생산시설’이다.
윤동주 화장실은 물을 쓰지 않고 양변기 아래 설치된 건조기와 분쇄장비로 대변을 말린 뒤 가루로 만든다. 대변 분말을 수천종의 미생물이 담긴 소화조에 넣으면, 미생물이 이를 분해해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메탄가스는 난방 연료로 쓰고, 이산화탄소는 녹조류를 배양해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는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사이언스 월든 센터장 조재원 교수(도시환경공학부)는 “버려지는 인분이지만 소중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란 윤동주 시인의 순수한 마음을 기려 ‘윤동주 화장실’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곳에서 나오는 대변 분말을 그 양에 따라 가상 화폐인 ‘똥본위화폐’로 교환해 실제 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경제 생태계 구축을 최종 연구 목표로 삼고 있다. 인분량을 계산해 화폐가치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이 실험실에 들어가 체험·관람할 수 있다. 실험실을 안내하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주중 오전 11시, 오후 2시와 4시 세 차례 운영한다. 주말에 이용하려면 누리집(sciencewalden.org)에서 예약 신청을 해야 한다.
조 교수는 “단순히 수세식 화장실의 물을 아끼는 것뿐만 아니라 하수처리장 건설비와 운영비를 절감하고 에너지까지 만들어내는 과학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대중과 분리돼가고 있는 현실에서 대중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자 야외 실험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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