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독자살 함아무개 씨 피의자 결론… ‘공소권 없음’ 검찰 송치 계획
‘청송 농약 소주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민을 피의자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경북 청송경찰서는 26일 주민 함아무개(74·사망)씨를 이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의자가 숨지면 형사재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사는 ‘공소권 없음’이라는 불기소처분을 내린다.
경찰은 함씨가 마신 음료수 병에 남아 있던 메소밀과 마을회관에서 피해자들이 마신 소주병 안에 들어있던 메소밀의 성분이 같다는 것을 가장 유력한 증거로 내세웠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달 14일 이 두 메소밀의 탄소·질소동위원소비가 동일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마을에서 나온 메소밀 11병의 탄소·질소동위원소비는 소주병에 들어있던 메소밀과 모두 달랐다. 농약의 탄소·질소동위원소비가 일치하려면 동일한 원료와 공정으로 같은 시기에 대량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경찰은 함씨가 마신 메소밀과 범행에 사용된 메소밀이 2010년 3월 ㅎ업체에서 생산된 것을 확인했다. 함씨가 그해 8월 청송의 농약판매점에서 ㅎ업체의 메소밀 한 병을 사간 사실도 확인됐다. 함씨는 평소 아내가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화투를 하며 자주 어울렸던 것을 못마땅해 했다는 주민 진술을 확보했다.
함씨는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앞두고 먼저 검사를 받은 아내에게 ‘무엇을 묻는지’ ‘무섭지 않은지’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또 “가슴이 떨린다”라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월31일 아침 8시께 자신이 사는 축사에서 숨진 채 아내에게 발견됐다. 이날 오후 2시 함씨는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기로 돼 있었다.
박종화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여러 가지 증거와 정황을 놓고 보면 숨진 주민을 용의자로 특정하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해 피의자로 특정 지었다. 204명의 마을 주민을 상대로 갈등관계 등을 파악했지만, 다른 용의점을 가진 인물은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청송 농약 소주 사건’은 지난 3월9일 밤 9시40분께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 작은방에서 메소밀이 든 소주를 마신 주민 박아무개(62)씨와 허아무개(67)씨가 쓰러져 박씨가 숨진 사건이다. 당시 마을회관 작은방에는 박씨와 허씨를 비롯해 피의자인 함씨의 아내 등 8명이 있었고, 거실에는 5명이 있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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