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가운데)이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양진당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하회마을서 기념 식수 ‘주목’ 심어
취재진 대권 도전 질문에는 말 없이 웃기만
취재진 대권 도전 질문에는 말 없이 웃기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 환영합니다! 세계유산 하회마을 주민 일동’
29일 오후 1시께 경북 안동 풍천면 하회리 안동하회마을 입구에는 이렇게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펼침막 왼쪽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활짝 웃는 사진도 들어갔다. 곧 검은색 승용차들이 줄을 지어 안동하회마을로 올라갔다.
승용차에서 내린 반 총장을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맞았다. 반 총장은 “오랜만이다”라고 인사했다. 김 의장은 안동을 지역구 3선 국회의원이다. 주변에는 반 총장을 보기 위해 200여명이 모여들었다. 누군가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반 총장의 사진을 찍었다.
반 총장은 풍산류씨 대종택인 양진당(보물 제306호)을 둘러본 뒤 바로 옆에 있는 충효당(보물 제414호)으로 향했다. 충효당은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의 종택이다. 반 총장은 충효당 앞마당에서 기념식수로 주목을 심었다. 충효당 앞마당에는 지난 1999년 4월 안동하회마을을 찾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기념식수한 구상나무가 있다. 반 총장은 기념식수 뒤 충효당 방명록에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우리 민족에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용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 나기기를 빕니다. 2016. 5.19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라고 썼다.
반 총장은 충효당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광림 의장, 장대진 경북도의회 의장, 김한규 안동시의회 의장 등과 한 시간 가량 비공개로 오찬을 했다.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류성룡 선생의 종손인 류창해씨와 하회마을보존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류왕근씨 등도 함께 했다.
식사 뒤 충효당에서 나온 반 총장은 “서애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며 모두 함께 나라 발전을 위해 나아가기를 위한 마음으로 하회마을을 찾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대권 도전과 관련이 있는 거냐”고 묻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반 총장은 류진 풍산금속 회장의 개인 주택인 학록정사에서 10분 동안 하회별신굿탈놀이(주요무형문화제 제69호)를 관람했다.
반 총장은 안동하회마을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5㎞ 떨어진 안동 풍천면 갈전리 경북도청 신청사로 이동했다. 청사 앞마당에서 금강송을 기념식수한 뒤 방명록에 ‘역사와 문화의 전당 경북도청 개청을 축하드리며 300만 도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 드립니다. 2016년 5월29일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라고 적었다. 경북도청 신청사 방문은 원래 일정에 없었지만, 비공개 오찬에서 김관용 도지사가 부탁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하회마을은 풍산류씨가 600여년 동안 대대로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동성마을이다.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류운중 선생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 형제가 자란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0년 7월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한국 10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안동/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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