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천시장의 청년상인 정윤희씨가 31일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 공모에 지원해 시작한 떡카페 ‘맛고은떡향기’ 앞에서 어머니 진윤우씨와 함께 웃고 있다.
대전 유천시장에 ‘청춘 삼거리’ 개장
빈 점포 재단장해 10개 업소 문열어
중기청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 결실
전국 20개 시장에 200개 점포 첫선
빈 점포 재단장해 10개 업소 문열어
중기청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 결실
전국 20개 시장에 200개 점포 첫선
인적 드문 전통시장 안의 39년 된 이불집 간판을 내리던 날 엄마와 딸은 눈시울을 붉혔다. 엄마의 인생이 간판과 함께 내려오는 듯했다. 이제 엄마의 꿈은 딸이 키우기로 했다. 무용을 전공한 뒤 밸리댄스 학원을 운영하던 딸 정윤희(35)씨는 2014년 발을 다쳤다.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절망했다. 1년 넘게 방황의 늪에 빠져 있을 때 그녀에게 손을 내민 건, 엄마와 고락을 함께했던 전통시장이었다.
정씨는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에 떡카페 사업계획서를 내 선정됐다. “엄마 이불처럼 따뜻한 떡으로 성공할래.”
엄마는 딸을 위해 이불집 자리를 내줬다. 시들어가는 딸과 시장이 함께 다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정씨 같은 청년상인들이 31일 대전 유천시장에 ‘청춘 삼거리’란 이름으로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 공모로 시작된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에는 대전 태평시장과 유천시장, 청주의 북부시장과 제천의 중앙시장 등 전국의 20개 전통시장에 정씨 같은 청년 200명이 점포를 냈다. 유천시장의 청년삼거리엔 오빠네 라면가게, 전통차를 파는 차곡차곡, 전과 막걸리 전문점 전국체전, 떡카페 맛고은떡향기, 나그네보쌈, 먹태형님 속초에서 왔짜니 등 이름부터 기발한 업소 10곳이 들어섰다.
대전시는 지난해 9월 청년상인 창업자 10명을 선발해 창업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했다. 유천시장 상인들은 건물주를 설득해 청년상인들이 자리를 잡는 동안 저렴한 값으로 점포를 빌려주도록 도왔다. 신영호 유천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단장은 “11개월의 창업 준비기간 동안 견학과 토론 등을 통해 업종 선정을 했다. 시장 안에서 겹치는 업종이 없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정종채 유천시장 상인회장은 “최근 유천시장은 길고 긴 침체기에 있다. 청년상인들이 쇠퇴한 시장에 들어와 기존 상인들과 상생하고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길 기대한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인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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