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여행 같은 일상 꿈꾸는 문화공간

등록 2016-06-02 21:37수정 2016-06-03 10:48

지난해 7월 라푸마 둔산점 2층 ‘여행문화센터 산책’에서 열린 작가 박범신의 소설 낭독회에서 박씨가 평범하지만 특별한 산 이야기를 풀어놓은 뒤 참가자들과 손을 흔들고 있다. 여행문화센터 산책 제공
지난해 7월 라푸마 둔산점 2층 ‘여행문화센터 산책’에서 열린 작가 박범신의 소설 낭독회에서 박씨가 평범하지만 특별한 산 이야기를 풀어놓은 뒤 참가자들과 손을 흔들고 있다. 여행문화센터 산책 제공

‘마음의 근육을 붙이는 곳’. 산악사진가 이상은(44·라푸마 둔산점 대표)씨는 손수연 대전 둔산동 여행문화센터 ‘산·책’(이하 산책)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씨는 2003년 히말라야 니레카봉(6159m)을 세계 최초로 등정한 산악인이다. 터키 아라라트산을 한국인 최초로 등정했고, 중미 최고봉 오리사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오세아니아 최고봉 코지어스코 등에도 올랐다.

그는 그가 만난 산, 사람, 이야기를 여럿과 나누고 싶었다. 2011년 자신이 운영하는 아웃도어 매장 위층에 북카페(지금의 산책)를 연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말렸다. “그거 돈이 안 되잖아?”

그는 생각이 달랐다. “1층은 몸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곳이다. 등산화, 등산복, 배낭을 사 입고 계족산도 가고 지리산도 갈 수 있다. 2층은 마음의 근육을 붙일 수 있는 곳이다. 누구라도 찾아와서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몸과 함께 마음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커피 내리는 기계와 붙박이 책장을 들여놓고 산을 담은 사진이며, 여행지에서 만난 장식품들로 공간을 채워나갔다. 그의 여정엔 남편이자 오지 여행가인 김성선(46)씨가 동행했다. 그렇게 추억과 함께 3000권의 책이 쌓였고, 이내 사람을 모았다.

세계적 여성 산악사진가 이상은씨
5년전 산 사진·책 모아 북카페 열어
강연·콘서트 있는 문화명소 거듭나
박범신·도법 스님 재능기부도 한몫

“저는 여러 번 안데스에, 히말라야에 가면서 몸과 마음의 근육을 동시에 붙여 커오고 있지만 사람들은 저처럼 갈 수 없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여행을 꿈꿀 순 있죠. 저건 남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여기 오니 가까운 주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음악과 함께 여행콘서트를 열었다. 유명인도, 일반인도 여행과 이야기 속에 하나가 됐다. 행사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듣고 모인 사람들로 관객석이 가득 찼고, 명소가 됐다. “이 공간 때문에 여행 같은 일상을 꿈꾸며 삽니다.” 단골 김기욱(32)씨의 말이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며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강연과 콘서트가 있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더니 2014년 여행문화센터 산책으로 자리잡았다. 이곳에 오면 산과 책이 있다는 뜻이란다. 그해 대전충남생명의숲과 함께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을 품은 힐링콘서트’를 10차례 열었다. 산책을 벗어나 한밭수목원, 금강자연휴양림 등에서도 시민들을 만났다.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를 횡단한 산악인 박정헌씨는 산에서 깨달은 삶의 비밀을, 소설가 박범신씨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산 이야기를, 도법 스님은 숲과 길에서 자신과 마주한 사연을 풀어놨다. 오카리나 연주가 조은주, 가수 박강수·진채·김재희 등은 감미로운 음악으로 산책의 밤을 수놓았다. 재능기부로 자리를 빛낸 이들은 대부분 이씨의 산지기들이다.

산책에서 떠들썩한 문화행사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책 읽기 모임, 클래식기타 연주반, 역사모임 등 산책하듯 소소하게 즐기고 나눌 수 있는 소모임도 꾸준히 산책의 한켠을 채우고 있다.

“독서·기타 모임 등 소소한 과제들을 매주 꼬박꼬박 하는 것도 나에 대한 근육을 붙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들이 하루하루 쌓이면 어느 순간 거대한 것이 되죠. 일상에서 아무리 다치고 상처받아도 내가 나를 보살피며 서서히 자존감을 키워왔다면 크게 상처받진 않을 거예요. 이 공간이 누구에게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길 바랍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