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라푸마 둔산점 2층 ‘여행문화센터 산책’에서 열린 작가 박범신의 소설 낭독회에서 박씨가 평범하지만 특별한 산 이야기를 풀어놓은 뒤 참가자들과 손을 흔들고 있다. 여행문화센터 산책 제공
5년전 산 사진·책 모아 북카페 열어
강연·콘서트 있는 문화명소 거듭나
박범신·도법 스님 재능기부도 한몫 “저는 여러 번 안데스에, 히말라야에 가면서 몸과 마음의 근육을 동시에 붙여 커오고 있지만 사람들은 저처럼 갈 수 없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여행을 꿈꿀 순 있죠. 저건 남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여기 오니 가까운 주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음악과 함께 여행콘서트를 열었다. 유명인도, 일반인도 여행과 이야기 속에 하나가 됐다. 행사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듣고 모인 사람들로 관객석이 가득 찼고, 명소가 됐다. “이 공간 때문에 여행 같은 일상을 꿈꾸며 삽니다.” 단골 김기욱(32)씨의 말이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며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강연과 콘서트가 있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더니 2014년 여행문화센터 산책으로 자리잡았다. 이곳에 오면 산과 책이 있다는 뜻이란다. 그해 대전충남생명의숲과 함께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을 품은 힐링콘서트’를 10차례 열었다. 산책을 벗어나 한밭수목원, 금강자연휴양림 등에서도 시민들을 만났다.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를 횡단한 산악인 박정헌씨는 산에서 깨달은 삶의 비밀을, 소설가 박범신씨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산 이야기를, 도법 스님은 숲과 길에서 자신과 마주한 사연을 풀어놨다. 오카리나 연주가 조은주, 가수 박강수·진채·김재희 등은 감미로운 음악으로 산책의 밤을 수놓았다. 재능기부로 자리를 빛낸 이들은 대부분 이씨의 산지기들이다. 산책에서 떠들썩한 문화행사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책 읽기 모임, 클래식기타 연주반, 역사모임 등 산책하듯 소소하게 즐기고 나눌 수 있는 소모임도 꾸준히 산책의 한켠을 채우고 있다. “독서·기타 모임 등 소소한 과제들을 매주 꼬박꼬박 하는 것도 나에 대한 근육을 붙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들이 하루하루 쌓이면 어느 순간 거대한 것이 되죠. 일상에서 아무리 다치고 상처받아도 내가 나를 보살피며 서서히 자존감을 키워왔다면 크게 상처받진 않을 거예요. 이 공간이 누구에게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길 바랍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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